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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파워맨 '쿠슈너·콘' 뜨고 '배넌·플린' 지고

중앙일보 2017.04.24 02:22 종합 8면 지면보기
“넌 해고야(You’re fired)!”
 

측근들도 롤러코스터 운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 대사와 손가락질은 백악관 실세들도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의 롤러코스터식 정책은 ‘트럼프의 사람들’의 부침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 시사지 ‘더 애틀랜틱’은 최근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고 중국에 대해 통화조작국이 아니라고 인정하며, 트럼프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공개적으로 망신 준 것 등을 들어 미국이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로 복귀했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집권 초기 백악관을 장악한 스티브 배넌,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극우 강경파의 힘이 빠지고, 그 자리를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차지하면서 ‘내셔널리즘’이 더는 부상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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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른팔’로 불리다 취임 두 달 만에 NSC에서 배제된 극우파 배넌의 몰락은 상징적이다. 배넌이 관여한 ‘반이민 행정명령’과 ‘트럼프 케어’의 무산과 맞물렸다. 그의 위상 변화는 지난 13일 미국의 시리아 폭격 때 백악관 참모들이 참석한 상황실 테이블 구석에 앉아 있는 사진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나의 전략가는 나 자신”(11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이라며 배넌을 망신주기도 했다. 배넌 대신 ‘오른팔’을 차지한 건 ‘백악관 내 민주당원’이라 할 정도로 온건 성향이라 알려진 쿠슈너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된 지난 2월 일찌감치 물러났다. 트럼프 취임 전부터 러시아 측과 접촉해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된 데 따른 경질이었다.
 
플린의 뒤를 이은 3성 장군 출신 맥매스터는 전임자가 임명한 폭스뉴스 출신의 캐슬린 맥팔랜드 NSC 부보좌관 등 비전문가를 몰아내고 NSC를 장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골드만삭스의 2인자였던 콘 위원장이 백악관에 베테랑 정책 전문가들을 대거 부르는 등 전문성으로 트럼프의 경제정책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등 강경 보호무역을 주장했던 나바로 위원장은 트럼프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중국과 ‘강력한 협조 모드’로 돌입하면서 존재감을 잃고 있다. 6월 퇴임설까지 제기된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가 귀 기울이는 건 비단 백악관 실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공식 스케줄로 빡빡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일정표의 큰 블록을 ‘사적 시간’으로 비워놓고 개인적인 미팅이나 통화를 이어 간다고 보도했다. NYT는 언론계의 거물 루퍼트 머독 등 주로 ‘나이 든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백악관 밖 조언자 20명을 소개하면서, 트럼프의 정책이나 말이 오락가락한 건 이들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경희·임주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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