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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 트럼프, 통제 불가 김정은과 벼랑끝 전술

중앙일보 2017.04.24 02:16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1월 말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공보담당 부보좌관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대외 정책과 관련,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은 ‘나는 예측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리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북·중 겨냥 “모든 옵션 테이블에”
오바마와 달리 대북 군사조치 압박
북 6차 핵실험 조짐에 강 대 강 대치
IS엔 핵 위력 맞먹는 폭탄 터뜨리고
벼르던 중국엔 환율조작국 면죄부
종잡을 수 없는 행보, 국제사회 충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충격파로 치면 1년 같은 100일이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를 해도 놀랐고 안 해도 놀란다. 취임 한 달 만인 2월 20일 뉴욕데일리뉴스는 이미 “다른 대통령들과 전혀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트럼프는 취임 이틀 뒤인 1월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더니 다음 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서명하며 지구촌을 흔들었다. 8일째인 1월 27일엔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 입국을 90일간 중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강행, 미국이 문을 걸어 잠근다는 공포를 국제사회에 던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등 서구 지도자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2015년 12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한 일곱 가지 미친 얘기’라는 기사에서 트럼프가 아이오와 유세장에서 한 이슬람국가(IS) 격퇴 방안을 조롱했다. “나 같으면 엄청나게 폭탄을 떨어뜨리겠다. 하나도 남겨놓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말대로 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의 IS 조직원 은닉 동굴 지대에 비핵무기 중 최대 살상력을 가진 초대형 폭탄 모압(MOAB)을 투하했다. IS 조직원 90여 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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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교란 효과” “동맹에 혼란” 엇갈린 평가
 
트럼프 충격파는 말대로 강행하는 데서도 오지만 말대로 안 하는 데서도 온다. 두 달 전인 2월 24일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은 환율 조작의 챔피언”이라고 비난했다. 2015년 1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정부 첫날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기고한 이는 트럼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트럼프는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누구도 중국이 이렇게 (북한 압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치켜세웠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역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나토를 “쓸모없다”고 공개 비난하다 12일 “국제 평화·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고 말을 바꿨다.
 
레이먼드 탠터 미시간대 교수와 전직 외교관인 에드워드 스태퍼드는 의회전문지 더힐 기고에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은 적들이 우리의 전략을 어떻게 방어할지 계획할 수 없게 만든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동맹 및 우방에 혼선을 부르며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갉아먹는 역효과를 낸다. 대니얼 넥슨 조지타운대 교수 등은 포린폴리시에 “트럼프가 북한의 지도자였다면 더 이해가 됐을지 모른다”며 “상대가 우리 목표를 모르는데 우리를 따르도록 하는 건 어렵다”고 비판했다.
 
칼빈슨, 인민군창건일 맞춰 서태평양 접근
 
NAFTA 재협상으로 시작된 트럼프 폭풍은 한반도에 몰아닥쳤다. “군사적 해법은 답이 아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정부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다. 북한의 전유물인 벼랑끝 전술에 맞불 벼랑끝으로 대응하는 전례 없는 대처법을 구사 중이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2013년 3차 핵실험과 지난해 4차, 5차 핵실험 직후 B-52나 B-1B 등 전략폭격기를 보내 무력 시위로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가능성이 제기된 뒤 시리아 공군기지와 아프간 IS 근거지를 폭격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 폭격을 예로 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다”고 밝혔다. 칼빈슨 항모 전단은 인도양으로 남하했다 올라오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북한 인민군창건일(25일)에 맞춰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에 전개된다. 트럼프의 취임 100일은 한반도에서 클라이맥스를 맞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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