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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심 전용차로, 택시도 달린다

중앙일보 2017.04.24 01:29 종합 16면 지면보기
오는 8월부터 제주도에서 중앙전용차로에 버스뿐만 아니라 일반·개인 택시도 시범 운행한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2004년 서울시에서 도입된 이후 현재 20여 개 시에서 운영 중이지만 버스·택시가 함께 다니는 차로제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는 23일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실시 설계가 마무리돼 5월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로 인정된 것이다.
 

15.3㎞ 대중교통차로제 8월 시행
손님 태운 택시만, 국내 첫 허용
일각선 “전용로 기능 상실” 우려
제주도 “부작용 크면 다시 제외”

제주도가 대중교통 우선차로에 택시를 포함시킨 이유는 도로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국내 전용차로에서 버스의 적정 통행량은 시간당 100대 이상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조사한 제주 지역 시간당 버스의 구간 통행량은 60대 안팎이다. 이를 택시로 채운다는 복안이다. 현재 제주에서 운행되는 택시의 숫자는 5396대로 제주 전체 차량 46만7234대 중 1.15%를 차지한다. 제주도 대중교통 우선차로제의 이용 1순위는 버스, 2순위 전세버스, 3순위는 손님이 탑승한 택시다.
 
제주의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는 두 가지 방식이다. 도로 1차로를 사용하는 중앙전용차로제와 3차로를 사용하는 가로변 전용차로제다. 중앙전용차로제 도입 구간은 광양로터리에서 제주여고 사거리까지 중앙로(2.7㎞) 구간과, 공항 입구에서 해태동산 사거리까지 공항로(0.8㎞) 구간 두 곳이다. 가로변 전용차로는 무수천사가로에서 국립제주박물관 입구까지 11.8㎞ 구간에 도입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이 정책이 정착되면 버스가 제시간에 다닐 수 있을 뿐 아니라 택시 등도 일반 차량보다 빠른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택시업계는 우선차로제 적용 대상에 택시가 포함된 것에 일단 환영하고 있다. 다만 손님을 태운 택시에 한정하는 것에는 불만을 드러냈다. 버스업체들은 택시 진입이 많아지고 도로가 막히면 대중교통 전용차로가 제구실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모(45) 버스기사는 “손님을 태운 택시에 한정한다 해도 그 많은 택시의 손님 탑승 여부를 어떻게 확인해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제주시내에서 일반 차량의 교통 정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도민들은 보고 있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가 도입되는 곳은 제주시내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구간이다. 또 중앙차로의 버스정류장은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위치해 노약자 등 승객들이 길을 건너는 과정에서 사고 위험도 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제주도 노형오거리 3개 교차로에서 전용차로제를 시범운영한 결과 버스의 통행 속도가 27%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면서 “반면 승용차량이 비전용차로로 몰리면서 혼잡이 빚어진 만큼 시행에 앞서 여론 수렴이나 도민설명회 등을 열어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교통관광기획팀 김경범 박사는 “만일 택시 진입으로 전용차로제가 제구실을 못한다면 등·하교, 출퇴근 시간에는 경찰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긴급 수송 차량을 운영해 문제를 해결하고 부작용이 이어지면 택시와 전세버스 순으로 점차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등 타 지역에서도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제주·수원=최충일·김민욱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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