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자 돕다 숨진 세월호 교사 ‘순직군경’ 인정

중앙일보 2017.04.24 01:09 종합 16면 지면보기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교사를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하는 순직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 “재난 상황서 구조하다 사망”
유족, 국가유공자 요구 소송 승소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참사 때 숨진 단원고 교사 A씨(당시 32세)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배가 기울면서 바닷물이 들어오자 학생들을 출구로 안내하고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여 명에게 구명조끼를 나눠 줬다. 그는 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시 선실로 들어갔다. 시신은 2014년 5월 5일 4층 학생용 선실에서 학생들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A씨의 아내는 같은 해 6월 인천보훈지청에 “남편을 순직군경으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보훈지청은 “A씨가 순직군경이 아닌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의 아내는 2015년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유가족은 “급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을 구조하다 사망에 이르게 된 만큼 순직군경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은 순직군경을 군인이나 경찰·소방 공무원으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본다. 순직군경은 특별한 제외 대상이 아닌 경우 대부분 현충원에 안장된다. 하지만 순직공무원은 안장대상심리위원회에서 안장 대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등 국립묘지법에 따른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별도의 보상금을 받는 등 순직공무원 유족보다 순직군경에 대한 예우와 지원이 높다.
 
인천보훈지청은 “A교사의 직무 자체의 목적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거나 통상적으로 생명과 신체가 고도의 위험에 노출되고 위험한 업무나 임무를 강제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을 엄격히 해석했다.
 
하지만 소 판사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경 등의 역할을 사실상 대신하다가 사망한 일반 공무원에게 순직군경의 예우와 혜택을 준다고 해도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에 대한 개념과 체계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