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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벤처 북돋울 ‘M&A 혁신거래소’ 만들 때

중앙일보 2017.04.24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안건준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

안건준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

장기간 침체를 겪어온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혼란스런 국내 정세 속에서 대선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은 제한된 내수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여전한 상황이며 갈수록 깊어지는 고용절벽과 양극화현상 등 심각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제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단기적인 과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할 기조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가 수립한 벤처창업 정책 및 인프라를 이행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김기사 600억, 스냅챗 30조 신화 …
‘성공적 엑시트’가 창업에 활기 줘
투자회수금 IPO 집중 돼 M&A 부실
전용펀드 확충 등 과감한 지원 필요

모처럼만에 찾아온 벤처창업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청년층의 참여를 발판으로 차기 정부의 벤처정책 방향은 민간의 자생력을 키우고 벤처업계의 글로벌화를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춰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들이 있다.
 
창업활성화의 한 축인 엔젤투자는 지난 10년 이상 위축됐으나 최근에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창업-성장-회수 등 기업 전 생애에 걸친 ‘선순환 벤처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엔젤투자의 사전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소득공제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기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시행된 크라우드 펀딩제도는 투자한도 확대 등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의 사례에서 정부의 제도 도입 시 규제 법안이 산업 활성화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앞으로는 문제발생 시 사후규제 하는 형태와 같이 산업을 진흥시킬 수 있는 진흥 법안 형태의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벤처 생태계에 있어 ‘회수시장 조성’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다음카카오가 600억원에 인수한 ‘국민내비 김기사’, 창업 5년 만에 나스닥 상장으로 시가총액 30조원의 신화를 일군 미국의 ‘스냅챗(Snapchat)’의 사례와 같이 성공적 엑시트(Exit)을 통한 소위 ‘대박 스토리’는 사회적으로 창업 의지를 고양시키며 회수자금을 활용한 민간시장에서의 재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선순환 벤처생태계 구축에 기여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상장(IPO)과 인수·합병(M&A)이 고른 비중으로 이뤄져 벤처 투자금이 회수·재투자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회수시장이 지나치게 IPO에 집중되어 있고 그나마도 과거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최근 3년간 진일보했으나 회수시장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회수시장의 핵심인 M&A 부진이 주원인이다. 전체 회수시장에서 2~3%에 불과한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회수 전용펀드를 대폭 확충하고 매수기업 법인세 공제율 확대와 같은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M&A 혁신거래소’와 같이 시장을 전문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전담 관리기관의 설립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10% 미만이며 성공한 벤처기업인은 보통 3~4번의 사업실패를 경험한다. 실패의 경험이 성공을 위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창업실패의 대가가 너무 가혹하고 신용불량과 재기에 대한 두려움이 재도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창업자의 연대보증 폐지를 정책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금융기관으로도 확대를 유도하여 실패한 벤처창업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화하고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차제에 창업안전망 확충을 위한 ‘스타트업 공제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기술창업 벤처기업은 창업 후 일정기간 동안 각종 규제적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최소한의 네거티브 방식 규제만을 적용하는 ‘스타트업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 창업과 관련한 거미줄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하며, 대·중소기업간 불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국내에서도 대기업 하청기업이 아닌 진정한 히든 챔피언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어야 한다.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며, 고용 절벽을 해소하고 위축된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창업과 벤처 육성이다. 대선주자들이 한목소리로 제시하고 있는 벤처활성화 공약들이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실행돼 10년간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정체된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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