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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는 외국계 운용사에 ‘웰컴 머니’ 줘라

중앙일보 2017.04.24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인터뷰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황영기(66) 금융투자협회장은 개인 자산 대부분을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 전체 자산의 80%에 달한다. 나머지는 은행 예금이다. 그는 “요즘 관심 있는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 업종은 바이오”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제법 쏠쏠하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29일 중국, 베트남, 인도 비과세 해외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투자했다. 펀드슈퍼마켓에 따르면 그가 투자한 ‘베트남그로스 펀드’는 투자한 날부터 4월 20일까지 수익률이 7.78%다. ‘차이나리치투게더 펀드’는 23%에 달한다.
 

2030년까지 국내 연금 4300조 쌓여
싱가포르가 국부펀드 일부 맡기듯
외국계 진입 도와야 금융허브 가능
EU 국가들 대형 투자은행과 달리
국내 증권사는 기업결제·환전 안 돼
은행·보험업에 비해 불합리한 대우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봄비가 내리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황 회장을 인터뷰했다. 윤 전 행장은 중앙일보가 만드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경제계 전·현직 고위 인사와의 심층 인터뷰인 ‘윤용로가 만난 사람’을 연재 중이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 우리금융 회장 시절 영업점장들에게 선물용 칼을 나눠주고 영업을 독려해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진짜 칼 준 게 맞아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하 황): 군대에 가면 연대장, 사단장이 쓰는 지휘봉이 있어요. 당시 영업점장들한테 자신을 지휘관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라는 의미로 지휘봉을 사서 줬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지휘봉 손잡이를 돌리니까 조그마한 단검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검투사 별명이 붙은 거 같아요. 실제는 칼이 아니라 단검이 내장된 지휘봉이에요.(웃음).
 
: 저는 늘 궁금해요. 중소형 증권사들의 이익창출 구조는 어떻게 돼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 증권사 사이즈가 작아도 회사 돈을 운용하는 게 있어요. 오너가 있는 유화나 부국, 한양증권은 오너들의 주식을 운용해서 수수료를 버는 거에요. 여기에 인수·합병(M&A)이나 일부 사업에 참여해서 조금씩 돈을 벌어요. 이러다 보니까 회사 규모도 그대로고 이익도 못 내요. 근데 증권사가 매력이 있나 봐요. 삼성증권 사장 시절 때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볼까 하고 물어봤는데 안 판다는 거에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재산 100억원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데 증권사 가지고 있다고 하면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 같더라고요. 금융위원장도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형사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나 노무라처럼 키우고 중소형사는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죠. 중간 증권사들은 지금처럼 생존 경쟁을 할 거에요.
 
: 살아남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 증권사는 은행처럼 자기자본으로 장사하는 곳이 아닙니다. 시장에 투자해서 수익률을 올리고, 그 돈을 다시 재투자해서 돈을 버는, 자본의 회전율이 높은 사업이죠. 리스크 관리가 기본 전제이긴 하지만 위험에 투자할 수 있는 야성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근데 국내 증권사들은 이 두 가지가 부족해요. 정부가 투자자 보호, 시장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시장을 통제하고 있거든요. 통제의 필요성은 알지만 그게 과도하다 보니까 금융회사들이 자율의지로 사업하는 창의성과 진취성이 떨어진 것 같아요.
 
: 금융투자업은 인력 양성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 은행은 노조나 공채에 따른 순혈주의가 문제지만 증권사는 자유롭죠. 브로커, 딜러, 파생상품 직무별로 전문가를 뽑으니까요. 인력을 양성하는 최고의 환경은 경쟁이에요. 오래전부터 이 시장은 (실적 나쁘면 떠나는) 유목민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요.
 
: 미래에셋대우등 대형증권사들의 지배구조를 봤을 때 증자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돼요. 증자하면 지배력이 약해지니까요. 증권사는 은행과 다르게 주인이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요.
 
: 예리한 지적이면서 좋은 화두에요. 삼성이 고(故)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경영체제에서 자기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비즈니스 기회를 버리진 않아요. 기업가는 돈이 되면 일단 하고 봐요. 증자를 해서 지분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는 거죠. 5조원짜리 회사를 한 개인이 30%, 50%의 지분을 갖는 건 불가능해요. 그렇다면 회사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본인의 능력으로 끌어가야 해요. GE의 잭 웰치 회장이 지난 20년간 회사를 이끌 수 있었던 건 지분 때문이 아니에요. 그가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경영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사람들이 요구한 거에요. 미래에셋대우 박현주 회장의 지분이 10%로 떨어져도 사람들은 박 회장이 이끌어주길 바랄 거에요. 회사의 소유권은 본인의 업적, 도덕성, 지도력이지 지분율이 아니에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 노무현정부 시절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치며 자산운용업을 선도산업으로 선정했어요. 10년이 지났는데 별 진전이 없네요.
 
: 은행, 증권 전 업종에서 금융허브가 되긴 쉽지 않아요. 앞으로 아시아 허브는 자산운용업이 될 것으로 봐요. 자산운용업은 머리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큰 시스템이 필요 없거든요. 운용능력만 있으면 러시아나 브라질 채권도 살 수 있어요. 또 지금부터 2030년까지 돈이 쌓여요.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쌓이는 돈이 공적연금(1818조원)을 포함해 퇴직·개인연금 등을 다 합치면 총 4346조원이라고 해요. 이 돈이 한국에서 운용되면 외국계 운용사들도 들어와서 같이 경쟁하고 실력을 키울 수 있어요.
 
황 회장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싱가포르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들어오면 정부가 만든 개발 펀드(Development Fund)의 돈 일부를 맡긴다”며 “우리도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계 운용사들에 ‘웰컴 머니(Welcome Money)’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투자공사(KIC)나 국민연금이 이들에게 웰컴 머니를 주고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기울어진 운동장’ 얘기로 흘러갔다. 황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과 보험에 비해 금융투자업계가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사에 기업 지급결제와 외화 환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대표적인 불합리한 대접으로 꼽았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27개국 대형 투자은행(IB)은 뱅킹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어요. 예컨대 미국 IB인 골드만삭스는 자회사로 골드만삭스 뱅크가 있어요. 골드만삭스에서 돈을 보내려고 하는데 건너편 씨티뱅크가서 돈 보냈다는 얘기 들어봤나요? 그 안에서 다 해요.”
 
◆황영기 회장
1952년 경북 영덕생.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86년 뱅커스트러스트 인터내셔널 동경지점 국제자본시장부 부사장, 2001년 삼성증권 대표, 2004년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 KB금융그룹 회장을 지냈다. 지난 2015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자세한 내용은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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