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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감기 같은 뇌수막염 놔두면 큰일, 백신 한 방 맞으면 쉽게 막죠

중앙일보 2017.04.24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세계 뇌수막염의 날
조선 성종 2년 11월 황해도에 ‘악병(惡病)’이 돌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당시 악병은 지금의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추정된다. 항생제가 보급되기 전까지 ‘악귀(惡鬼)’가 퍼뜨린 질병이라고 믿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여전히 10명 중 1~2명은 죽고, 살아남더라도 사지절단·마비·뇌손상·난청·시력손실·언어장애 같은 후유증을 남긴다. 악귀의 정체가 밝혀진 현재도 이 치명적인 병을 앓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세계 뇌수막염의 날’(24일)을 맞아 뇌수막염의 원인과 예방법을 짚었다. 

초기 증상 감기와 비슷
치료 적기 놓치기 쉬워
치사율 높아 예방 최선

 
뇌는 두피·두개골·뇌수막에 의해 3중으로 보호된다. 코·입으로 들어온 수막구균이 뇌수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면 24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 된다.

뇌는 두피·두개골·뇌수막에 의해 3중으로 보호된다. 코·입으로 들어온 수막구균이 뇌수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면 24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 된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원인이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다행인 편이다. 대부분 조금 심한 감기 증상 정도로 지나간다. 세균이 원인이면 조금 심각하다. 폐렴구균·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수막구균이 원인균이다. 이 균은 한 겹의 피막으로 자신을 감싼다. 일종의 캡슐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인데, 이 피막이 치명률을 높인다. 면역세포로부터 피할 수 있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서다. 면역세포를 잘 피해 뇌수막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킨다.
 
진행 빠른 응급 질환
치사율은 15~20%다. 발병 후 24시간 안에 조치하지 않으면 3일 안에 사망할 수 있다. 뇌수막에 발생한 염증은 온몸에 영향을 끼친다. 패혈증을 동반해 전신에 염증을 일으킨다. 콩팥·폐·심장 등이 도미노처럼 마비된다. 뇌출혈로 뇌 기능이 손상되고 호흡이 약해진다. 심장에서 먼 팔·다리부터 썩기 시작한다. 심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벗겨진다. 살아남아도 5명 중 1명은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사지절단·마비·뇌손상·난청·시력손상·언어장애·기억상실·간질 등이다.
 
초기 증상은 발열·인후통 정도다. 감기와 매우 흡사하다. 항생제를 처방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막을 수 있지만 대부분 치료 시기를 놓친다. 질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유다. 피부에 출혈을 동반한 발진이 나타나거나 의식을 잃는 등 뇌수막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발병 후 12~15시간이 지나야 나타난다. 이땐 사실상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봐야 한다. 가까스로 사망을 막아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충북대병원 감염내과 허중연 교수는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며 “의사도 뇌수막염을 감기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적기를 놓친 뒤에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세 가지 원인균 중 폐렴구균과 Hib는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돼 있다. 수막구균은 선택접종 항목이다. 접종 여부를 개인이 선택한다. 1세 미만 영아와 10대 청소년, 군대·기숙사·요양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은 접종하는 게 좋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0%는 목 언저리에 수막구균을 갖고 있다. 코·입에 있던 균이 수포 또는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다만 감염돼도 모두 뇌수막염에 걸리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몇 개국(수막구균 위험 국가)을 제외하면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0.5~4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로 한정하면 500만~1000만 명이 보균자고, 이 중 250~2000명이 앓게 된다는 계산이다. 발병해도 뇌수막염 특이증상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다. 허 교수는 “보균자 100명 중 몇 명이 뇌수막염으로 이어지는지 정확한 연구는 없다”며 “특정 연령에서 발병 빈도가 높다는 게 관찰됐을 뿐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발병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택적으로 예방접종을 할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수포, 직접 접촉으로 전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 해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는 10명 내외에 그친다. 유병률을 감안하면 너무 적다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교육부의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2015년 수막구균 뇌수막염에 걸린 학생 수는 115명이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등록된 학생 환자 수인데, 의사 소견서 및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한 사례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학생이 아닌 환자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왜 차이가 나는지 정확한 이유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질병관리본부는 검출된 균을 배양해 수막구균으로 확진된 경우만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수막구균 뇌수막염 유병률을 감안하면 가벼운 증상으로 넘어가는 사례를 포함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의) 환자 수가 너무 적다”며 “다른 균과 달리 수막구균은 배양하기 까다로워 확진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은 아니더라도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이 강하게 의심되는 환자는 한 해 70~80명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행사 열린 해 환자 급증
질병관리본부 통계에서도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가 있었다. 1988년(42건)과 2002, 2003년(27·38건)이다. 각각 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렸던 해다. 내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예방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학계에선 기존에 없던 유전형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수막구균은 혈청형에 따라 13가지로 나뉜다. 이 중 A·B·C·Y·W(W-135)가 특히 치명적이다. 2002년 유행은 혈청형 C, 2011년 군대에서 유행한 수막구균은 혈청형 W였다. 허 교수는 “외국에서 독성이 강한 균이 유입되면 국내에 토착화된 균과 만나 병독성이 강하면서 쉽게 감염되는 새로운 균으로 진화한다”며 “동계올림픽 같은 국제 행사는 수막구균을 비롯한 각종 감염병 유입의 중요한 경로”라고 덧붙였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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