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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층 루프탑부터 영국 왕실 침대 디자인까지 스며든 한국미

중앙일보 2017.04.24 00:01
 엘리베이터 ‘스카이 셔틀’을 타고 눈 깜짝할 새 도착한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꼭대기 123층. 지상으로부터 550m 상공, 지금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전면 창으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압도적인 전망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잠시, 곧 고급스러운 123 라운지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롯데월드타워 123라운지 전경.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롯데월드타워 123라운지 전경.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짙은 색의 대리석과 황동색 벽, 골드 컬러의 조명과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들로 꾸며진 123 라운지는 고급 호텔의 루프톱 바 못지않다. 중심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라운지 공간이 있고, 건물을 360도 빙 둘러 바 형태의 테이블이 창 쪽을 바라보게 되어 있다.  

롯데월드타워 123층 루프탑 라운지 디자인한 양태오
한옥 창호 선 살려 구름 위 서울 상징하는 공간 만들어
한국적 라이프스타일 반영이 목표
베이징 한국문화원에는 한국 다례 표현
보름달 모티브 담아 英 명품 침대 사보이어 디자인도

건물을 빙 두른 바 형태 공간에서 서울 시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건물을 빙 두른 바 형태 공간에서 서울 시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이 공간을 디자인한 사람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36)씨다. 미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세계적 디자이너인 마르셀 반더스의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한국에 돌아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브라이덜 라운지, 망향휴게소 화장실 리뉴얼, 용평 스키 리조트 디렉팅 등 굵직한 공간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양 디자이너는 “123층 건물에서 123층 공간을 디자인 한다는 건 마치 케이크 위에 체리 올리는 것 같은 작업”이라며 “기간도 길고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행복하고 뿌듯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123 라운지 공간을 디자인한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민규 기자

롯데월드타워 123 라운지 공간을 디자인한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민규 기자

양 디자이너는 공간에 한국적인 색을 잘 입히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의 집은 종로구 계동의 전통 한옥이다. 롯데월드타워 라운지 작업을 의뢰받을 때도 그 한옥에서 미팅을 했다. 클라이언트인 롯데 담당자는 양 디자이너에게 한국적인 것을 모던한 감성으로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반듯한 직선과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로 롯데월드타워 123 라운지의 동양미를 표현했다.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반듯한 직선과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로 롯데월드타워 123 라운지의 동양미를 표현했다.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롯데월드타워는 한국적 곡선미를 지닌 도자기와 붓 형상을 모티브로 설계한 건물이다. 양 디자이너가 123층 공간의 콘셉트를 정할 때도 전체 틀은 이를 따랐다. 국제적인 랜드마크면서도 한국적인 단아함과 고상함을 드러내는 것이 목표였다. 양 디자이너는 “한국의 창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반듯한 직선과 빛에 따라 생겨나는 그림자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변하는 서울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공간이기에 빛이 주는 변화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대리석이나 황동색 브라스, 골드 조명 등 빛에 의한 반사를 만들어내는 소재를 사용한 건 이 때문이다. 양 디자이너는 “빛을 먹는 나무 소재가 공간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면, 반사 빛이 많은 소재는 공간이 붕 떠 있는 느낌을 준다“며 ”소재 덕분에 낮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저녁에는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빛이 반사되는 소재를 사용해 롯데월드타워 123 라운지의 로맨틱한 느낌을 강조했다.[사진 태오양스튜디오]

빛이 반사되는 소재를 사용해 롯데월드타워 123 라운지의 로맨틱한 느낌을 강조했다.[사진 태오양스튜디오]

소재는 모던한 반면, 전체적인 색과 디자인은 단순하다. 테이블과 의자 등 가구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 디자이너는 “가구 디자인을 할 때는 선과 면으로만 구성해 동양적인 단순함을 반영했다”며 “가느다란 직선이 둥근 형태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로 디자인해 이 공간처럼 구름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설명했다. 공간 전체에 창호지의 미색이나 짙은 고동색 등을 주로 활용한 것도 동양적이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준다.  
공중에 구름이 떠 있듯 루프톱 모습을 형상화한 가구.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공중에 구름이 떠 있듯 루프톱 모습을 형상화한 가구.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양 디자이너는 2013년 지금의 계동 한옥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을 깊이 실감했다고 한다. 양 디자이너는 “실제로 한옥에 살아보니 한국적인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항상 감동받고 있다”며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작업을 해 보면 세계에서도 통하는 것이 한국의 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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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디자이너는 최근 영국의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와도 협업을 했다. 해마다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를 뽑아 침대를 만드는데, 2017년의 디자이너로 그가 선발되었다. 사보이어는 유럽 왕족이 사용하는 고가 침대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침대 하나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 양 디자이너는 이번에도 한국적인 모티브를 담아 디자인 했다. 침대 헤드보드에 한국 고유의 보름달 스토리를 형상화했다. 정월대보름이나 강강술래 등 보름달을 기념하는 한국의 문화를 담은 것이다. 양 디자이너는 “침대는 아직 출시 전인데 2017년 런던 디자인위크에서 TOP10 디자인으로 뽑혔다”며 “디자인을 잘 했다기보다 보름달 같은 한국적인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억원이 넘는 침대로 유명한 영국 사보이어와 협업한 침대. 보름달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1억원이 넘는 침대로 유명한 영국 사보이어와 협업한 침대. 보름달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진 태오양스튜디오]

단순히 한국적인 디자인을 공간에 담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공간에 담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양 디자이너의 손으로 완성된 베이징 한국문화원의 VIP 접견실 공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베이징 한국문화원 VIP 접견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베이징 한국문화원 VIP 접견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이 공간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한국의 전통 접객 문화인 다례(茶禮)가 있다. 차를 통해 예절을 갖춘다는 뜻으로 차로 마음 수련을 하는 일본의 다도, 차를 하나의 예술로 여기는 중국 다예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문화다. 단순히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례라는 아름다운 문화를 표현하는 데 공간이 하나의 수단이 된 것이다. 
베이징 한국문화원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고유의 접객 문화인 다례를 표현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베이징 한국문화원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고유의 접객 문화인 다례를 표현했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접견실인만큼 예로부터 집 주인의 취향과 품격을 드러내는 서재로서 역할 했던 사랑방에서 다례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사랑방에 필수적인 요소로 들어가야 하는 사방탁자, 사군자, 문방사우 등을 구성하고 차를 내 예를 갖출 수 있도록 다기와 다식 등을 놓았다. 
사방탁자는 사랑방에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선비의 가구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사방탁자는 사랑방에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선비의 가구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또 차에 대한 답례로 손님이 건네는 다시(茶詩)문화를 표현할 수 있도록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시를 웰컴 카드에 넣었다. 양 디자이너는 “단순히 한국적 디자인 요소를 공간에 반영하기보다 한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풀어낸다는 개념”이라며 “그냥 소반을 가져다 놓을게 아니라 소반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각상(各床) 문화를 드러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국문화원 접견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베이징 한국문화원 접견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양 디자이너는 요즘 모던 한식 등 한국 고유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움직임인 ‘코리안 컨템포러리’에 대해 기대가 높다. 양 디자이너는 “요즘 아시아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경력을 쌓은 뒤 자국으로 돌아가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자기 나라 고유의 독창성을 찾아가는 것이 추세”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간에 한국적인 모티브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반영한 베이징 한국문화원.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반영한 베이징 한국문화원.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적 디자인을 실생활에서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양 디자이너는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가구인 콘솔이나 사이드 테이블을 머릿장이나 문갑 같은 한국 가구들로 바꾸거나 민화를 모던한 액자에 넣어 걸어두라”며 “우리나라 가구·소품들은 어떤 공간과도 잘 어울리는 DNA를 가지고 있으니 겁내지 말고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주중한국문화원에 놓인 한국 전통 가구 머릿장.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중한국문화원에 놓인 한국 전통 가구 머릿장.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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