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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시간이 멈췄다, 50년된 봉제공장 자리 성수동 어반소스

중앙일보 2017.04.24 00:01
서울 성수동 인기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최근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다시 성수동이 뜨겁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성수동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장소가 아니다. 요즘 뜬다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레스토랑도 아니다. 사람 수 백 명은 족히 들어갈만한 널찍한 공간이다. 바로 이곳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와 수입차의 론칭쇼가 잇따라 열렸다.  
 
성수동 어반소스 정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회색 단층 건물입구에 영문 간판이 붙어있다. [사진 어반소스]

성수동 어반소스 정문.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회색 단층 건물입구에 영문 간판이 붙어있다. [사진 어반소스]

성수동 좀 안다하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대림창고’란 이름을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성수동 어반소스다. 2017년 3월 10일, 그러니까 이제 문을 연지 한달 남짓인데 벌써 인스타 해시태그(#)수만 2800개가 넘는다(4월 21일 기준). 인스타 속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이벤트도 즐기는 이곳, 대체 어떤 장소이길래.  
 
성수동 어반소스. [자료 네이버 지도]

성수동 어반소스. [자료 네이버 지도]

지하철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사이. 어디에서 내려도 딱 중간쯤 되는 위치에 어반소스가 있다. 큰길에서 200m 쯤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골목이라 이곳에 카페나 음식점이 있을 거라고는 쉽게 짐작하기 힘든 위치다.
60년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어반소스의 문. [사진 어반소스]

60년 세월이 그대로 느껴지는 어반소스의 문. [사진 어반소스]

 
어반소스는 1963년 지어진 봉제공장을 개조한 공간이다. 국내 봉제시장이 불황을 맞으며 공장은 85년 문을 닫았고 그 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비어있는 채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새 주인이 건물을 신축하려고 허물기 직전 의류유통업을 하던 이대림(42)·호림(40) 형제 눈에 띄면서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형제는 이곳을 그냥 허물겠다는 주인을 세 달 동안 매일 찾아가 설득했다.  
 
밖에서 본 어반소스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큼직한 단층짜리 직사각형 건물이다. 둘레에 조명이 달린 영문 간판이 입구에 덩그러니 붙어있을 뿐 회색 콘크리트 건물엔 오래된 파이프와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벽을 타고 올라온 식물 줄기 외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문 안으로 들어서자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이 펼쳐졌다. 널찍한 내부 한쪽엔 속이 들여다보이는 오픈형 제빵실과 음료를 만드는 카페 테이블이 있다. 여기에 쇠파이프와 나무판을 이용해 투박하게 만든 테이블과 의자를 드문드문 배치했다. 한마디로 '인스타그래머블'(사진찍어 올리기 좋을만큼 보기 좋은)하다. 
낡은 건물 골격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 가구를 인터스트리얼 풍으로 맞췄다. [사진 어반소스]

낡은 건물 골격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 가구를 인터스트리얼 풍으로 맞췄다. [사진 어반소스]

안이 들여다보이는 제빵실. 그날 낼 빵을 이곳에서 만든다. [사진 어반소스]

안이 들여다보이는 제빵실. 그날 낼 빵을 이곳에서 만든다. [사진 어반소스]

어반소스 내부. [사진 어반소스]

어반소스 내부. [사진 어반소스]

건물 바깥 쪽 통로에 놓인 테이블. 오래된 벽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사진 어반소스]

건물 바깥 쪽 통로에 놓인 테이블. 오래된 벽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사진 어반소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어느 한 곳도 신경쓰지 않은 곳이 없다. 윤경희 기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어느 한 곳도 신경쓰지 않은 곳이 없다. 윤경희 기자.

무엇보다 오랜 세월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 구성이 이곳의 백미다. 오래된 외벽과 너무 낡아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문,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와있는 철근들을 그대로 살려놨는데 그게 꽤 멋있다. 건물 뒷쪽에는 아름드리 라일락 나무가 있는 작은 정원이 있는데 여기엔 사연이 있다. 처음엔 그저 공장 뒷 마당같은 텅빈 공간이었는데 30년간 문이 닫힌 채로 방치되어있다보니 나무와 풀이 저절로 자라 정원이 되어 버렸다. 볕이 좋은 날엔 야외 테이블에 앉아 회색 건물 사이에 마련된 비밀스러운 공간을 사진찍는 사람들로 실내보다 정원이 더 붐빈다고.      
 
어반소스 후원. 30년동안 문이 닫혀있어 저절로 자라난 나무들이다. 윤경희 기자

어반소스 후원. 30년동안 문이 닫혀있어 저절로 자라난 나무들이다. 윤경희 기자

어반소스 가구들은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라 오히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이블만 보자면, 나무로 만든 정사각형의 낮은 테이블 옆에 길쭉하고 높은 쇠 테이블을 놨다. 그 옆엔 공업용 수납 박스처럼 보이는 큰 철제 박스를 눕혀 테이블로 쓴다. 의자 또한 테이블에 맞게 둥글고 각진 여러 형태를 배치했다.  
천장엔 긴 나무 막대를 서까래처럼 매달고 전기선을 둘둘 말아 조명을 설치했다. 조명은 필라멘트 모양이 다른 전구를 들쭉날쭉한 길이로 사용해 전체적으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하면서도 어느 한 곳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는 세심함이 엿보였다. 
 
공장 안 파이프를 이용해 긴 테이블을 만들었다. 윤경희 기자

공장 안 파이프를 이용해 긴 테이블을 만들었다. 윤경희 기자

다양한 형태의 가구 보는 재미가 있다. 공업용 박스를 테이블로 쓰고 둥글고 네모난 의자를 놓았다. 윤경희 기자.

다양한 형태의 가구 보는 재미가 있다. 공업용 박스를 테이블로 쓰고 둥글고 네모난 의자를 놓았다. 윤경희 기자.

어반소스는 문은 연 후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다. “다른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였다. 찾아간 날도 건물 옥상에 공연장 겸 루프탑을 한창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 안인데도 우연히 방문한 사람들의 인스타 포스팅을 타고 유명해졌다. 인근의 디자이너, 쇼핑몰 직원 등 패션 관계자들이 주로 인스타에 소개했고 이를 보고 20~30대 카페투어족들이 일부러 찾아오기 시작했다. 
문을 연지 두 달이 채 안됐지만 넓고 특이한 공간 구성으로 벌써 크고 작은 행사를 많이 개최했다. 굵직한 행사로는 지난 4월 6일 서울콜렉션의 오프쇼(메인 행사장 외부에서 이루지는 패션쇼)로 곽현주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20일엔 벤츠의 GLC 쿠페 국내 론칭쇼가 열렸다.
 
이곳에선 가볍게 빵과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커피 한잔에 딸기,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브리오슈(5500원)나 크림치즈·베이컨을 올린 ‘반지의 제왕’(4800원)을 주로 먹는다. 점심 때는 안쪽 레스토랑에서 일본 하얏트 호텔 일식당 셰프 출신인 요시카와 카츠 셰프가 만드는 퓨전 일식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일본식 스테이크(3만8000원), 가지덮밥(8000원)이 인기다.
어반소스의 인기빵 브리오슈. 윤경희 기자.

어반소스의 인기빵 브리오슈.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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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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