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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억 세금 때린 '5% 룰'...기부 막는 악법인가, 편법 상속 방지책인가

중앙일보 2017.04.20 20:58
 지난 2014년 1월 4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보유 중이던 이노션 지분 10%(18만주)를 비영리법인인 ‘현대차정몽구재단’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2007년에 8400억원의 사재를 비영리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약속이 지켜지기까지 꼬박 7년이 걸린 이유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세법)의 주식 출연에 관한 규정 때문이다. 특정회사 지분의 5%(성실공익법인은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할 경우 초과분의 최대 60%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대기업의 편법 상속과 증여를 막으려고 1993년에 도입됐다.
 
정 회장은 우선 성실공익법인의 면세 한도인 10% 지분을 출연한 뒤 재단이 이를 매각하자 다시 나머지 10%를 재단에 넘기는 식으로 상속세법 규정을 피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 439만6900주도 4차례에 걸쳐 쪼개서 출연했다.
 
2012년에 1500억원어치의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던 안철수 대통령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안 후보는 갖고 있던 안랩 주식 186만 주(지분율 18.6%) 중 86만주(8.6%)를 팔아 722억원(양도소득세 제외)을 안철수재단(현재 동그라미재단)에 현금으로 기부했다. 남은 100만주 중 50만주(5%)는 주식으로 같은 재단에 기부했고, 나머지 50만주는 신탁계약을 맺어 운용수익금만 기부하고 있다. 10%까지 면세 적용을 받는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지 않아 과세폭탄을 피하려는 우회 기부다.
 
‘5% 룰’의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유독 주식 기부만 과세 기준을 까다롭게 해 자산가들의 거액 기부를 막는 장벽으로 거론됐다. 황필상 구원장학재단 이사장은 “수십억, 수백억씩 현금을 갖고 있다가 기부할 사람이 어디 있나?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하라고 하면 누가 기부를 하겠느냐”고 했다.
 
황 이사장의 말처럼 세금폭탄을 피하려면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바꿔 기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5% 룰에 맞춰야 했다. 기부할 의욕을 꺾는 규정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 규정을 없앨 수도 없는 이유가 있다. 공익재단에 넘긴 지분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세습하는 편법 지분 상속 때문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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