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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敵)이다

중앙일보 2017.04.20 20:46 종합 34면 지면보기
그제 저녁 대선후보 대상 KBS TV토론에서 주적(主敵)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북한은 주적이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문 후보의 명확하지 않은 답변에 후폭풍이 거세다. “문 후보의 안보관이 불안하다” “지도자로 자격이 없다”는 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주적이란 우리를 위협하는 주된 적을 뜻한다. 
 

국방백서 “북한군과 정권은 우리의 적”
‘북한=주적’ 질문에 문 후보 즉답 피해
대선후보들 북한의 양면성 국민 설득해야

 문 후보의 말대로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용어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주적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뒤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방백서는 2010년부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증강, 천안함 공격, 연평도 포격과 같은 지속적인 무력 도발 등을 통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백서는 동시에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비한다”고 적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문장을 합쳐 보면 북한 주민은 통일 후에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이지만 북한군과 정권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는 이제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은 머지않아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위협할 태세다. 한반도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태라는 말도 나온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8일 평양에서 한 외신 인터뷰에서 “핵 선제공격” “전면전” “더 많은 미사일 시험” 등 위협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 후보가 주적 개념에 모호한 답변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이날 토론에서 “필요할 때 (남북) 정상회담도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 뒷받침한다. 북한 정권이 우리의 직접적인 위협이지만 협상 대상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북한은 우리의 적대 세력이기도 하지만 대화의 대상이기도 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 부처 가운데 국방부는 당연히 북한군의 도발에 대해 대비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통일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대응하는 것은 맞지 않다.
 
따라서 대선후보들은 이런 북한의 양면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가 이런 문제에 말을 안 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아예 입을 닫으려는 태도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이 정치 장사를 위해 무리하게 윽박지르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색깔론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제 대선 기간이 2주 남짓 남았고 네 차례 TV토론을 앞두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감상적인 대북협상론이나 정치적인 색깔론보다는 북한의 본질을 직시하고 핵 문제를 해결할 정책 대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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