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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 "주식 기부라도 공익 목적이면 면세" 판결

중앙일보 2017.04.20 20:44 종합 34면 지면보기
 어제 대법원이 황필상 수원교차로 창업주의 180억원대 주식 기부에 세무서가 140억원대 증여세 폭탄을 물린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 황씨 승소, 2심 수원세무서 승소로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7년여 만에 상고심 결론이 난 것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까지 열어 내놓은 이번 판결의 의미는 매우 크다. 공익적 주식 기부의 비과세 문제와 관련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익 기부를 장려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존중·반영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2002년 비영리재단인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여기에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출연했다. 이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했다. 그러나 6년 뒤 수원세무서가 증여세를 부과하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상속‧증여세법'상 공익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하면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게 근거였다. 기업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 
 
 당연히 황씨는 "기부하는 데 일일이 법 공부하고 해야 하느냐. 기부가 무섭다"며 억울해했다. 이어진 소송전에서 1심은 "편법 증여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공익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라며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2심은 "사안별로 예외를 인정해선 안 된다"며 뒤집었다. 이번에 대법원은 상속·증여세법상 '기부금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특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결국 "황씨가 기부 직후 주식 보유비율이 10%라서 최대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비과세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기부금 출연 후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면 더는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이 없어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황씨가 내야 할 세금은 연체 가산세가 붙어 225억원으로 늘어났다.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압류당했고 건강도 나빠졌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국내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촉진제로 삼고 황씨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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