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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난 네 아이가 안 예뻐, 하지만 말 못해

중앙일보 2017.04.20 16:23
아이를 낳고는 싶은데 안 낳고 있다. 난임 권하는 사회 탓을 하고 싶지만 어쨌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선 모든 게 내 탓이다. 그래서일까, 자격지심이 생겼다. 선후배 동료 여기자들의 아이들 관련 불평(으로 시작해 대개 결국은 자랑으로 끝난다)을 듣는 게 괴로운 거다. 고생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들 덕에 사랑하는 조국이 24세기에도 유지될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때론 그들이 은연 중에 내비치는 “아이도 없으면서 뭘 알아?” 혹은 “아이가 없으니 야근 정도는 너님이 하셔야죠?” 식의 분위기는 사절하고 싶다. 갖고 싶은 데 못 갖는 것, 그것도 나름대로 충분히 괴롭다.  
 
또 하나 괴로운 점. 페이스북에 일요일 오후면 쏟아지는 “오늘 우리 공주님(또는 왕자님)과 여기 갔어요” 식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다.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ㆍ영국ㆍ일본인 친구들도 이런 포스팅은 꼭 올린다. 근데 말이다. 솔직히, 모든 아이가 다 예쁜 건 아니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그나마 성형의학 발전 덕에 후천적 팔자 개선이 가능하다곤 해도, 타고난 외모의 행운은 소수의 특권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온라인 사회생활이다. ‘좋아요’는 기브 앤드 테이크. 주고 받는 품앗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페이스북 품앗이를 면할 수 있다. [중앙포토]

이 정도는 되어야 페이스북 품앗이를 면할 수 있다. [중앙포토]

 
정우성이나 수지가 아니고서야 남의 포스팅에 ‘좋아요’가 박하면 자신의 포스팅 역시 ‘무(無) 좋아요’ 참사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양식 있는 21세기 사회인이라면 가족 관련 포스팅엔 ‘좋아요’ 누르는 건 옵션 아닌 필수다. 하지만 가끔, 정말 못생긴 아이를 두고 “우리 아이 너무 예쁘지?”라는 식의 포스팅을 보면 팩트만을 얘기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선 좀 괴롭다. ‘게시물 숨기기’를 누르면 된다지만 그러면 또 왠지 죄책감이 든다.  
페이스북 좋아요.

페이스북 좋아요.

이쯤되면 존경하는 홍준표 후보(아들만 둘이시다)께서 “여자가 응당 할 일을 저버리다니 국민의 자격이 없다”고 일갈하실지 모르겠지만 글쎄, 그럴 시간에 눈썹 문신부터 다시 하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최소한의 미의식을 가진 지극히 보통 여성 국민으로서의 고언(苦言)이다. 아, 설거지와 청소는 직접 하니 걱정마시길. 
 
사실, 기호 1번부터 5번 후보들의 저출산 대책도 글쎄, 요란은 한데 마음에 팍 와닿지 않는다. 지난 19일 TV 토론에서도 저출산 대책은 찬밥신세였다. 누구말에 빗대면 “아이를 낳지 않아본 사람은 저출산 관련 대책에 대해 말하지 말라”일테니 입이나 다물고 있어야할까. 아니면 저출산 대책도 조교에게 대신 제출하라고 해야 할까.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 노파심에 덧붙인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의 아이들은 거의 다 예쁘다. 진심이다.)  
우리 시대의 스트롱맨, 혹은 나이롱맨, 홍준표 후보. [중앙포토] photo@newsis.com

우리 시대의 스트롱맨, 혹은 나이롱맨, 홍준표 후보. [중앙포토] photo@newsis.com

 
전수진 P-프로젝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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