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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에 정부는 "서풍 불 때 높아진다는 식"

중앙일보 2017.04.20 15:42
“‘서풍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더라’ 식으로 중국에 항의하면 국제적 망신이다”(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겸 환경운동연합 대표)
 
중국발(發) 미세먼지로 비상이 걸렸지만 정작 중국의 책임을 따질 국가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비가 갠 뒤에도 파란 하늘을 보기 힘들다.하루 빨리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이 그 답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32㎍/㎥)는 최근 3년 새 가장 나빴다. 지난달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이 최대 86%에 달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고 사실상 중국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3일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미세먼지 가득한 서초구 일대. 김상선 기자

지난 3일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미세먼지 가득한 서초구 일대. 김상선 기자

 
 해외는 커녕 국내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한 연구도 걸음마 단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간 오염 확산 영향에 대한 연구도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적이 없다. 장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탓이라고 하는 정부의 근거는 ‘서풍이 불 때 농도가 높아지더라’는 식이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어떻게 한반도에 도달하는지 파악하려면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 공장의 위치, 자동차 연료와 배기가스에서 영세 식당들의 오염 배출 계수 등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2014년 ‘환경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진행한 공동 연구는 중국 내 미세먼지 발생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최근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미세먼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이다. 국제환경법 전문가인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정도와 이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연구 수준과 ‘중국 탓’ 사이의 괴리에 대해 김신도 서울시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는 “의사가 죽어가는 환자 고칠 생각은 안하고, 옆집에서 나쁜 기운이 온다고 비난만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과거 미세먼지의 85%가 자동차 매연에서 나온다고 발표하더니 지난해에는 고등어 탓을, 올해는 중국 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 원인은 불확실하지만 피해를 입는 건 현실이니 실체적인 접근부터 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학자들에게 로데이터(원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기업·학계의 ‘총체적 무방비’도 지적되고 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20년 가까이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30여 년째 방치한 국내 오염 배출 규제 기준도 문제다. 현재 기준으로는 공장 등에서 먼지 입자 크기 최대 500㎛ 이하라는 규제에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김 교수는 “학계의 소극적 연구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무 망각,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로 기초 연구가 경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극약 처방 격 규제가 아닌,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겸 환경운동연합 대표, 김신도 서울시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겸 환경운동연합 대표, 김신도 서울시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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