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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틸러슨 국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중”

중앙일보 2017.04.20 15: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다시 올릴 수 있다며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평양 정권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다른 방안과 함께 테러지원국 측면에서 북한의 모든 지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모든 옵션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알렸다.  
 

북한과 거래시 불이익 주겠다는 경고
“北 압박감 엄청날 것…반발 불보듯”
美, 北 반발에 대응책 이미 마련했을 듯

틸러슨 장관은 “과거 회담에서 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이라고 밝혀 전방위 압박용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북한이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경우 트럼프 정부는 곧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게 거의 분명해졌다.
미국은 KAL기 폭파 사건 다음 해인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2008년 해제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시설 검증을 수용하자 이같이 결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다음 수순까지 만들어 놨다고 볼 수 있기에 초강수로 평가된다.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해 수출관리법, 수출관리규정 등을 적용해 무역 거래를 엄격 차단한다.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한 국제기구의 차관 제공에도 반대표를 행사한다. 테러 활동과 연관이 있는 미국 내 북한 자산도 몰수된다. 그런데 북한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테러지원국 재지정 자체로 제재가 추가되는 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은 ‘테러 국가’라고 낙인 찍는 선언이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각자 알아서 북한과 거래하거나 왕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을 상대하면 어떤 식으로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 조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경우 북한이 느낄 압박감은 엄청날 것”이라며 “북한이 강력 반발해 강대강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 역시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을 게 분명해 한반도의 위기 지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다시 올리는데 신중했다. 관련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는게 이유였다. 일각에선 오바마 정부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니 태도를 바꾸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오바마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했지만 보류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폐기 대상으로 규정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화학 무기인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국제 여론도 크게 악화됐다. 미국 하원도 지난 3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법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방일 중이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북한과 어떠한 직접 대화도 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은 한국ㆍ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중국의 지지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78년부터 국제사회에서의 테러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테러지원국을 지정하고 명단을 공개해왔다. 미 현행법에 따르면 국제적 테러행위를 지원한 나라에 대해서는 국무장관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후 관보에 게재하면 테러지원국이 된다. 이와는 별도로 국무부는 매년 4~6월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를 발표하고 특정 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이란ㆍ시리아ㆍ수단 등 3개국이 올라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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