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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금·빛·물·결'의 좌충우돌 사춘기

중앙일보 2017.04.20 14:21
지난해 10월. 특별한 원숭이 4마리(두 쌍)가 독일에서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로 이사를 왔다.  
 

에버랜드에서 지난달 16일 공개한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브라질 아마존에서 자라는 멸종위기 동물
2014년, 2015년생으로 사람 나이로는 16~17세 사춘기
모계 중심 생활로 치열한 서열싸움 끝에 '금'이 우두머리 차지
귀뚜라미, 밀윔, 포도 좋아하는 잡식성에 대식가
성년되면 서열, 짝 바뀔 수도

얼굴 주변에 사자처럼 황금빛 갈퀴가 있는 이상한 생김새. 그래서 이름도 '황금머리사자 타마린(Golden-headed lion tamarin)'이다.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금, 빛, 물, 결 [사진 에버랜드]

황금머리사자 타마린 금, 빛, 물, 결 [사진 에버랜드]

 
키 20~34㎝, 몸무게 500~700g인 작은 체구지만 몸보다 긴 꼬리(32~40㎝)를 가졌다. 몸의 털은 검은색이지만 머리와 팔·꼬리는 불그스름하다.  
 
브라질 아마존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그것도 야생에 6000~1만 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등급의 희귀동물이다. 
 
브라질 화폐에 등장할 정도로 브라질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동물이기도 하다.
 
에버랜드 측은 최근 방문객 투표를 통해 이들에게 금·빛·물·결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이중 '금'과 '물'은 2015년생 암컷이고, '빛'과 '결'은 2014년생 수컷이다.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만큼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인 16~17살 정도.
 
[사진 에버랜드]

[사진 에버랜드]

 
그래서인지 에버랜드에 도착한 이들은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특히 암컷인 금과 물이 심했다. 
 
타마린 원숭이는 원숭이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모계 중심 생활을 한다. 암컷 한 마리가 2~8마리의 무리를 이끌며 먹이를 구하고 위험이 닥치면 먼저 나서서 공격한다.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수컷은 다른 암컷 등과 함께 키운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의 짝부터 정했다. 금과 결이, 물과 빛이 각각 부부가 됐다.
 
그리고 치열한 서열 다툼에 들어갔다. 소리를 지르며 갈기를 세워 위협하고 다리와 꼬리 등을 물어뜯어 유혈사태가 나기도 했다. 가끔은 상대방의 짝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컷들은 멀찍이 떨어져 이들의 싸움을 지켜봤다. 가끔은 소리를 지르며 각자의 신부를 응원하고 눈치도 본다. 어떤 때는 3대 1로 대립하기도 했다.
 
이들을 돌보는 송영관(39) 사육사는 "환경이 바뀐 데다 당시 첫 번식기(9~3월)까지 찾아와서 그런지 유독 서열싸움이 심했다"고 말했다.  
 
전쟁은 5일만에 끝났다. 승자는 놀랍게도 가장 체구가 작은 '금'이었다. 금이는 사육실 나뭇가지 곳곳에 자신의 소변을 묻혀 까맣게 만드는 등 영역을 표시했다.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사진 에버랜드]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사진 에버랜드]

 
야생의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은 새처럼 나뭇가지 틈에 둥지를 짓고 이 곳에서 잠을 잔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서열싸움으로 서먹(?)할 타마린들을 위해 초반 4개의 나무상자 둥지를 마련해 줬다고 한다. 
 
하지만 해만 지면 금·빛·물·결은 둥지 한 곳에서만 다닥다닥 붙어 끌어안고 잠을 잤다. 둥지는 자연스럽게 2개로 줄었다. 
 
현재는 번식기가 끝나 평화가 찾아왔지만 언제 생길지 모를 패배자(?)를 위해 하나는 남겨뒀다고 한다.
 
우두머리가 생기면서 사육사들도 바빠졌다. 우두머리에 잘보여야 다른 동물들이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사육사들은 매일 아침 눈인사를 하고 귀뚜라미와 애완동물 먹이용 애벌레 밀웜 등 좋아하는 먹이를 건네며 환심을 샀다.
 
잡식성인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은 사람처럼 하루 3차례 식사를 한다. 체구는 작아도 대식가다. 하루 평균 자신의 몸무게의 3분의 1 수준인 200g을 먹는다고 한다.
 
야생에선 주로 나무 수액이나 수액에 꼬인 벌레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에버랜드의 타마린들은 전용 사료와 귀뚜라미와 밀웜 등 곤충을 별식으로 먹는다. 비타민 보충을 위해 과일도 먹는다. 특히 포도를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번식기가 되면 단백질 보충을 위해 새끼 생쥐 등 설치류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한다. 
 
타마린은 소리로 의사소통도 한다. 고음과 저음, 길고 짧은 '삐' 소리로 수십가지 대화를 한다. 
 
송 사육사는 "유인원의 지능이 사람의 5~6세 수준이라고 하는데 타마린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상황파악이 빠른 편이라 동물원 적응도 쉽게 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에 적응하면서 성격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두머리인 금은 수시로 털을 부풀리며 과시하는 행동을 한다. 
 
다른 암컷인 물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놀이감을 주면 제일 먼저 접근하는 등 호기심이 많다. 
 
수컷인 빛이는 소심한 성격이라 행동도 조심스럽고, 다른 수컷인 결이는 식탐이 많고 손가락도 길어서 먹이를 많이 집는다고 한다.
 
하지만 평화는 곧 깨질 수도 있다. 9월이면 다시 번식기가 시작된다.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을 돌보는 송영관 사육사 [사진 에버랜드]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을 돌보는 송영관 사육사 [사진 에버랜드]

 
현재는 금이 우두머리지만 물이 금을 제압해 서열이 바뀔 수도 있다.
 
부부 관계도 위태하다. 물의 남편인 빛이 우두머리인 금이에게 털 고르기를 시도하는 등 짝사랑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송 사육사는 "황금머리사자 타마린이 사람으로 따지면 사춘기 시기라 현재 서열이나 짝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도 아닌 데다 '일처다부'도 흔하다"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년기에 접어드는 만큼 더 치열한 번식기를 거친 뒤 누가 먼저 새끼를 낳느냐 여부가 서열과 짝을 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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