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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제 토론 방식 허점 드러났다, 답변없이 공격만 하는게 최선?

중앙일보 2017.04.20 12:21
 19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열린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는 총량제 자유 토론방식의 허점을 노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치ㆍ외교ㆍ안보와 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 두 범주로 나눠 후보마다 각 9분씩 자유롭게 공격과 방어에 나섰다. 이달 23ㆍ28일과 5월 2일 예정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공식 토론회도 같은 총량제 토론 방식이다. 주제 구분 없이 후보마다 18분씩 질문과 답변을 자유롭게 한다.
 
1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 

19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

①문ㆍ안에 몰린 공격=자유토론에서 양강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에게 질문이 몰렸다. 중앙일보가 상대의 질문을 받아 답변한 시간을 후보별로 측정한 결과 문 후보는 45분, 안 후보는 30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9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5분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경우 상대방의 지명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질문을 받은 수도 비슷했다. 문 후보는 18개, 안 후보는 14개, 홍 후보는 9개, 유 후보는 3개, 심 후보는 0개였다. <본지 4월 20일자 3면> 
 
질문을 많이 받은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답변을 하느라 시간을 다 써버려야했다. 답변에 진땀 흘린 두 후보와 달리 선제 타격에 집중한 유 후보와 심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패널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문·안 두 후보 간의 상호 토론 시간도 부족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홍보본부장은 “스탠딩 토론회가 5자가 되니까 난타전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았다”며 “이쪽에서 조금 잽 싸움을 하다가 (곧바로) 저쪽으로 상대를 옮겨가는 측면이 있어 2자나 3자로 줄여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시도는 좋았으나 허점 투성이”라며 “2인 또는 3인 정도가 시간을 좀 넉넉히 가지고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 되면 더 좋겠다”고 했다.  
  
②단답, 우회질문으로 심층토론 안돼=다른 세 후보의 집중 공격을 받은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두번째 주제 토론에서는 시간을 아끼려는 전략을 썼다. 질문을 받아도 단답으로 끝내거나 질문을 회피하며 다른 후보를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에서였다. 
 
▶안=“문 후보는 얼마 전에 지지자분이 KBS 출연을 거부당한 것을 두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 전인권씨가 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말 수모를 당했다. 문 후보 지지자로부터 ‘적폐 가수’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게 옳은 일이냐.”  
▶문=“우선 제가 한 말이 아니잖나. 정치집단을 달리한다고 해서 그런 식의 폭력적인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 말씀드렸다.”  
▶안=“문 후보께서 (문자폭탄에 대해) ‘양념’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문=(질문을 회피하며) “홍 후보에게 질문하겠다.”  
▶홍=“두 분께서 (계속) 하시라.”
▶문=“이제는 (나에게 하는 질문의) 답을 끊고 (내가) 질문하겠다.”  
▶안=“주도권 토론이 아니다. 여러가지 질문을 하려고 한다.”  
▶문=(사회자를 바라보며) “저는 답을 드렸으니 다른 분에게 질문할 수 있다고 해달라.”
 
안 후보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문 후보 대신에 유 후보에게 우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안=“유 후보에게 묻겠다. 문 후보가 본인을 지지않는 다른 후보 향해 적폐 세력이라 했다. 다시 물었더니 ‘국민을 지칭한게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지칭했다’고 했다. 그 정치인들은 모두 부인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유=“지금 저에게 물어보시는건가.”  
▶문=(웃으며) “대신 좀 말해달라.”
▶유=“국민을 상대로 적폐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인들 중엔 있다. 국민의당에도 있고 자유한국당에는 많고, 민주당에도 있다.”
이에 문 후보는 “국민은 적폐의 피해자다.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제 이야기를 오독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은 원고없이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은 원고없이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사진기자단]

③스탠딩 토론 효과 못봐=후보들 간에 어렵게 합의를 통해 ‘스탠딩 토론’ 방식을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긴박감과 생동감은 느끼기 어려웠다. 무대 위에 5명의 후보가 있다보니 움직일 공간이 좁았고, 자기 자리에 가만히 서서 진행됐다. 토론이 끝난 뒤 방송국을 떠나는 후보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른정당 경선 과정에서 남경필 후보와 스탠딩 토론 방식을 경험한 유 후보는 “(후보가) 압축적일 때는 좋은데 5명이라 남는 시간도 다르고 방식이 좀 이상했다”며 “화끈한 토론을 기대했는데 기대보다는 덜 화끈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도 “자기 자리에 딱 서서 답변하는건데 (다른 후보들이) 왜 스탠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고집을 부린건지 잘 모르겠다”며 “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 충분히 토론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답변시간도 공평하게 분배해주는 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도 “체력장 테스트 같았다. 두 시간 세워 놓으니 무릎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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