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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D 솔지, 김흥국, 우주소녀 설아 이 셋 공통점은?

중앙일보 2017.04.20 11:08
EXID 솔지가 경희사이버대에 올해 처음 생긴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중앙포토]

EXID 솔지가 경희사이버대에 올해 처음 생긴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중앙포토]

인기 걸그룹 EXID 멤버로 1989년생인 솔지, 1959년생인 가수협회장 김흥국, 역시 인기걸그룹인 우주소녀 멤버로 1994년생인 우주소녀 설아. 이들 셋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사이버대학 실용음악과 17학번 새내기라는 점이다.  
올해 세종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걸그룹 우주소녀 설아(사진 오른쪽)와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유승우. [중앙포토]

올해 세종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걸그룹 우주소녀 설아(사진 오른쪽)와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유승우. [중앙포토]

솔지와 김흥국은 경희사이버대, 우주소녀 설아는 세종사이버대에 올해 입학했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유승우도 설아와 함께 세종사이버대 신입생이 됐다. EXID 소속사 바나나컬처엔터테인먼트 전승휘(42) 부사장은 “솔지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를 받으면서도 온라인수업을 열심히 듣고, 과제도 꼬박꼬박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희·세종사이버대 올해 실용음악과 신설
K-POP·오디션 프로그램 영향 신입생 몰려
'학업 중단' 현업 가수도…30대 이상이 40%
오프라인 실습, 화상수업으로 실기 지도도

 
전 부사장도 솔지와 함께 입학했다. 그는 “군 제대 후 가수 매니저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면서도 제대로 음악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의 오프라인 수업 모습. 가수 겸 프로듀서인 심현보 교수가 작사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 12일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의 오프라인 수업 모습. 가수 겸 프로듀서인 심현보 교수가 작사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 12일 오전 서울 경희대 네오르네상스관 지하 2층 스튜디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스피커에서 김광석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흘러나왔다. 30m² 남짓 공간에 교수와 학생 9명이 앉아 있었다. 경희사이버대가 올해 처음 개설한 실용음악과의 작사 실습수업 모습이다. 
 
“자, 가사의 시점과 문체·구성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들어볼까요?” 가수·프로듀서이기도 한 이 학과 심현보 교수가 노래를 다시 틀었다. 학생들은 눈을 감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다시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스튜디오 한쪽에 놓인 방송 카메라 3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수업을 온라인강의로 내보내기 위해 촬영 중이었다. 
 
한국 대중가요(K-POP)가 인기를 얻고 가수 후보생 대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자 온라인강의 중심의 사이버대학에서도 실용음악과가 주목받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 외에도 세종사이버대학이 실용음악과를 올해 개설했다. 오프라인 대학을 모체로 한 사이버대학 중에서 첫 사례다. 
 
두 대학에 각각 200명 넘는 신입생이 몰렸다. 사이버대에는 학과별로 정원이 없다. 통상 한 과에 50명 정도가 등록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인기다. 
 
이우창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 교수는 “K-POP 위상이 높아지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지원자가 많았다. 생업과 병행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 위주라 직장인들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 입학생 중엔 50대도 적지 않다. '푸른하늘' 출신 가수 이동은씨(54, 왼쪽)와 IT기업 임원 윤성욱(55)씨. 이들은 "오랫동안 꿈꾼 실용음악을 공부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 입학생 중엔 50대도 적지 않다. '푸른하늘' 출신 가수 이동은씨(54, 왼쪽)와 IT기업 임원 윤성욱(55)씨. 이들은 "오랫동안 꿈꾼 실용음악을 공부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사이버대 실용음악과 수강생은 20대 직장인부터 50대 기업 임원까지 다양하다. 연장자에 속하는 윤성욱씨는 55세로 IT업체 상무를 하고 있다. 30여 년 전인 대학교 시절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맡았다. 졸업 후 20년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바쁜 회사 생활 중에도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왔다. 윤씨는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히고 싶어 입학했다. 체계적으로 배운 뒤 은퇴 후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 밴드를 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푸른 하늘’ 원년 멤버인 가수 이동은(54)씨도 이 학과 신입생이다. 이씨는 대학교 2학년이던 1988년  가수 유영석과 ‘푸른 하늘’을 결성했다. 1집 ‘겨울바다’를 발표하면서 학업을 그만뒀다. 
 
이씨는 “무대에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갈증은 계속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30년 만에 다시 공부를 하니 가수 데뷔 때만큼 설렌다”며 웃었다. 
 
이처럼 사이버대 실용음악과는 오프라인대학의 같은 학과에 비해 신입생들 나이가 많은 편이다. 신입생 중 30대 이상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신입생 중 절반가량이 직장인이다. 
 
삼성전자 직원부터 소형선박조종사까지 직업군도 다양하다. 사이버대는 오프라인대학에 비해 입시 준비 부담이 적다. 학비도 학점당 8만원으로 저렴하다.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는 30대 이상 직장인이 40%가 넘는다. 작사 실습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모습. 신인섭 기자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는 30대 이상 직장인이 40%가 넘는다. 작사 실습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모습. 신인섭 기자

김현태 세종사이버대 실용음악학과 교수는 “30대 이상 직장인 중엔 가수 데뷔보다는 어려서부터 관심 있었던 대중음악을 공부하거나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 실용음악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윤은실(42)씨가 이런 사례다. 윤씨는 20여 년간 어린이집 교사·원장을 했다. 고교 때 피아노를 잠깐 배웠다 그만뒀던 게 ‘마음 속의 한’으로 남았다고 한다. 
 
윤씨는 “한때 바이올린도 배웠지만, 이젠 대중음악에 더 관심이 간다. 온라인과 실기 수업이 병행되니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도 작곡과 연주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윤씨와 함께 실용음악과 17학번이 된 육성근(55)씨는 한때 가수를 꿈꿨으나 가정 형편상 공무원이 됐다. 육씨는 “이젠 나이를 먹어 원했던 대학가요제에 나갈 수는 없지만, 음악을 제대로 배워 내가 만든 노래로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협회장 김흥국씨도 올해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중앙포토]

가수협회장 김흥국씨도 올해 경희사이버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중앙포토]

두 대학은 오프라인 실습수업이나 일대일 화상 교육도 한다. 학과 특성상 무엇보다도 실기가 중요해서다. 경희사이버대학은 재즈화성법·대중음악사·시창청음(음을 듣고 악보에 적거나 정확한 음을 내는 과목) 같은 과목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했다. 이달부터는 희망자에게 최대 10회(10시간)의 피아노·보컬·드럼 등의 오프라인 실습 강의를 제공한다. 
 
세종사이버대는 오프라인 실습 외에도 교수가 일대일 화상수업으로 수강생에게 실기를 가르친다. 이 대학 김현태 교수는 “신입생 중엔 두바이에 체류 중인 학생도 있다. 화상수업으로 실기를 배우는 만큼 거주 지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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