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北 신형 ICBM 운반차량은...몰래 빼돌린 러시아 트럭 개조

중앙일보 2017.04.20 09:07
 북한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반하던 트레일러는 북한이 러시아 회사와 합작 생산한 트럭을 불법 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중국산에 이어 러시아산 트럭도 불법 전용한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양절 열병식 공개 18m ICBM
러시아 트럭 개조...트레일러에 실어
러시아 "군용 트럭 전용 안돼"
유엔 제재로 군용트럭 수입 막혀

정부 당국자는 20일 “이번에 새로 공개한 ICBM 중 특이하게 트레일러에 실려 나온 것이 있는데, 이를 운반했던 미사일 발사차량(TEL)은 '태백산-96’ 트럭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태백산-96'은 북한이 과거 러시아 회사와 합작해 민수용으로 제작했는데 이를 군용으로 불법 전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열병식에 첫 등장한 길이 약 18m의 신형 ICBM을 운반하는 트레일러의 운전석 밑에는 '태백산;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의 발사차량. 태백산-96 뒤에 트레일러를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의 발사차량. 태백산-96 뒤에 트레일러를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북한이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태백산-96을 개조한 발사차량. 차 앞머리에 '태백산'이란 문구가 선명히 보인다. [노동신문]

북한이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태백산-96을 개조한 발사차량. 차 앞머리에 '태백산'이란 문구가 선명히 보인다. [노동신문]

태백산-96은 올 2월 발간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등장한다. 패널은 “북한이 2016년 4월 2일 KN-06(번개5호)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요격시험을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2012년과 2015년 열병식에 등장했던 것과 동일한 무기와 트럭으로 보인다"며 "이후 패널은 이 트럭에 대해 계속 조사해왔다”고 밝혔다. 2015년 열병식에 등장한 트럭의 앞부분에는 ‘태백산-96’이라는 글씨가 한글로 찍혀 있다. 이에 대해 패널은 “조사 결과 러시아제 트럭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KN-06 지대공 미사일과 발사 차량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태백산 트럭 차량. [유엔 대북제재위 패널 보고서]

북한이 공개한 KN-06 지대공 미사일과 발사 차량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태백산 트럭 차량. [유엔 대북제재위 패널 보고서]

패널의 추가 조사 결과 러시아 트럭 회사 한 곳이 2007년부터 북한과 합작해 트럭 조립 공장을 가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태백산-96이라는 이름의 중형 트럭이 평성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패널은 이를 토대로 북한이 러시아 회사의 특정 트럭 모델을 그대로 베껴 군수용 트럭을 제작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같은 패널의 조사결과에 러시아 측은 제재위에 공식 해명 입장을 보내왔다. 한 러시아 트럭 회사가 2006년 11월~2010년 12월 북한의 ‘부센’이라는 회사와 합작 벤처회사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 때 북한으로 유입된 트럭 조립 키트가 모두 156개라고도 확인했다. 양 측은 조립과 생산에 필요한 특정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 측은 “당시 계약상으로 ‘푸센’은 합작 생산한 트럭을 군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해명했다.  
 
북한의 태백산-96 트럭. [유엔 제재위 패널 보고서]

북한의 태백산-96 트럭. [유엔 제재위 패널 보고서]

패널은 러시아 측이 언급한 북한 회사 ‘푸센’은 ‘조선부성회사’라고 봤다. 조선부성회사는 대량살상무기(WMD)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돼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단체다. 패널은 “한 회원국의 제보에 따르면 조선부성회사는 또다른 이름으로 이중용도 품목을 시리아 과학연구센터에 반입했다"며 "이 센터는 이전에 불법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 적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패널의 조사 결과와 러시아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결국 북한은 러시아 회사와 합작하는 형식으로 트럭 생산 기술을 빼냈고, 이를 활용해 러시아와의 계약을 어기고 군용 트럭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트럭을 다시 대형 트레일러로 개조해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의 TEL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태백산-96 트럭 생산 당시에는 북한으로의 차량 반입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금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를 군용 트럭으로 전용한 것은 러시아 회사와의 계약을 파기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외교가 소식통은 “현재 군용 트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로 북한이 일체 수입할 수 없다"며 "이에 이번 열병식에서 태백산-96을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의 군사력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어떤 물건도 북한으로 반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모든 회원국은 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상업차량이나 차량 부품을 북한에 보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