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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추리소설은 미국·스웨덴과 달리 아름다운 문체 중시"

중앙일보 2017.04.20 08:00
지리학과 교수이자 추리소설가인 미셸 뷔시. 『절대 잊지 마』 출간에 맞춰 19일 방한했다. ⓒ문홍진

지리학과 교수이자 추리소설가인 미셸 뷔시.『절대 잊지 마』 출간에 맞춰 19일방한했다.ⓒ문홍진

 프랑스 2위의 베스트셀러 작가 미셸 뷔시(52)가 19일 한국을 찾았다. 2014년 발표한 장편소설 『절대 잊지 마』(달콤한책)의 국내 출간에 맞춰서다. 추리소설 작가인 그는 지난 한 해에만 프랑스에서 113만 권의 소설책을 팔아 치웠다. 그보다 많이 판 작가는 기욤 뮈소뿐이다. 프랑스 시장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지만 본업은 지리학과 교수(루앙대)다. 선거와 지역 특성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선거지리학이 그의 전문 분야다. 딴 우물을 팠지만 어린 시절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난한 무명 시절을 거쳐 가장 잘 나가는 작가가 됐다. 
 그는 "글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독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책이 읽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 소설은 장르 분류가 힘들다. 대개 추리소설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일반 문학에 가깝고, 독자도 추리소설 독자가 다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살인사건이 항상 발생하고 형사나 탐정도 등장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평범한 일반인인 데다 사건 외적인 풍부한 이야기 요소를 갖고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추리소설은 미국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느와르나 스릴러와 달리 시적인 감각, 경이적인 느낌이 소설 속에 녹아 있어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미셸 뷔시, 장편 『절대 잊지 마』 국내 출간 맞춰 방한
선거지리학 전공 대학 교수, 무수한 도전 끝에 어린 시절 소설가 꿈 이뤄
"박찬욱 감독 '아가씨' 미학적으로 훌륭하고 구성도 탄탄, 닮고 싶어"

 그의 작품들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지리 교수답게 지도를 책 맨 앞에 배치한다. 물론 소설 속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 공간의 지도다. "뉴욕이나 런던처럼 개성 없는 대도시는 선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령 이번 소설의 공간 배경은 그가 나고 자라 교수로서 밥벌이하는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이다.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이어서 인물의 사회적·심리적 특성을 사건이 벌어지는 지리적 환경과 관련짓기 용이한 선택이다. 특히 살인사건이 에르트타 해변의 코끼리 절벽에서 벌어지는데 "아찔한 해안 절벽이 선사하는 긴장감과 비밀스러운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사건의 비밀들이 마지막 순간에 한꺼번에 풀리도록 하는 구성도 그의 장기다. "나는 소설을 통해 독자와 게임을 한다. 반전이 내 소설의 특징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모든 사건이 해결된다. 그래서 내 독자들은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며 기다린다"고 했다. 
 지리 전문가로서 서울의 인상을 묻자 "서울에 대해 얘기는 많이 들었다.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국영화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최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선거지리 전문가지만 결과 예측은 하지 못한다"며 "곧 벌어지는 프랑스 대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초박빙"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절대 잊지 마』는 어떤 작품인가. 
"살인사건에 휘말린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아랍인이자 장애인인 주인공 자말은 해안마을에서 달리기를 하다 절벽에서 몸을 던지려는 여자를 만난다. 철책에서 주운 빨간 스카프를 내밀어 살려보려 하지만 여자는 자살을 선택하고 자말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
 -장소가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리학자와 소설 쓰기는 내 인생의 두 가지 열정의 대상이다. 전에는 가르치는 일에 비중을 더 뒀는데 소설이 계속 성공을 거두며 지금은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나는 인물들을 특정 장소에 두는 것을 좋아한다. 인물들이 일정한 장소에 갇힌 상태에서 가족과 친구 관계가 드러나고, 드라마의 비밀도 장소에서 생겨난다. 소설 속 드라마의 극적 특징을 장소에서 이끌어낼 수 있다."
 -지리학자와 소설가는 상당히 이질적인 직종이다. 어떻게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한가. 
"학자로서 연구할 때는 여러 증거를 제시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소설에서는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작가는 특히 인물을 통해 모든 말을 할 수 있다. 그 점이 좋다. 학자로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인물 통해 말하는 것 말이다."
 -프랑스 추리소설이 미국이나 북유럽과 다르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프랑스의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프랑스에도 느와르, 스릴러 작가들이 있다. 그렇지만 많은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가 일반 소설가처럼 언어 유희나 아름다운 문체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이건 프랑스 문학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랑스어의 언어 특성 때문인 것 같다. 프랑스어에는 음악성 있다. 또 프랑스인들은 아름다운 단어를 쓰고자 하는 보편적인 욕망이 있다. 그래서 추리소설 작가도 아름다운 문체를 중시한다."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는. 
미셸 뷔시의 새 장편 『절대 잊지 마』 표지.

미셸 뷔시의 새 장편『절대 잊지 마』 표지.

"쉽게 읽혀서인 것 같다.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한 상태에서는 책 읽기도 쉽지 않다. 독서 자체가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순문학을 읽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추리소설은 그렇지 않다. TV나 영화와 달리 감상의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각자 리듬에 따라 그날그날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다. 흥분과 감동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말이다."
 -인간은 왜 살인을 저지르나. 당신 소설에는 항상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내가 알겠나. 살인은 내게도 낯선 컨셉트, 소설 속 가상의 컨셉트일 뿐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실제로 일어난다. 질투나 복수, 분노가 살인으로 이어진다. 소설에 필요한 장치일 뿐이다."
-『절대 잊지 마』의 주인공 자말은 아랍계다. 프랑스 내 난민문제를 의식한 설정인가. 
"프랑스에서 이슬람 테러가 발생하기 전에 쓴 작품이다. 아랍인이자 장애인이고 가난한 자말의 경제 환경이 전형적인 사회 희생양이 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봤다. 자말은 희생양인 동시에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 뿐 아니라 아랍인이지만 남성적 매력도 갖고 있다."
 -추리소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추리소설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스펜스를 이용해 이야기를 진행할 뿐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특히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고 싶다."
-수 많은 도전 끝에 작가가 됐다고 들었다. 앞으로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영감이나 상상력을 믿고 그걸 추구하는 게 가장 좋다. 잘된 소설이나 타인의 성공 레시피를 따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새로운 것, 자기 만의 것, 자신의 직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열심히 써야 한다. 작가는 누구나 완벽주의자다. 소설가가 되려는 사람은 더 완벽해야 한다. 독자나 출판사에 완벽한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지리 전문가로 서울에 대한 인상은, 
"노르망디는 2차 대전 때 도시의 80% 정도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서울도 전쟁을 치렀고, 폐허 위에 세워진 도시다. 그런 공통점 때문에 서울에 관심이 간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는데.
"영화 속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훌륭했고, 구성이 탄탄했다. 한 이야기 안에 다른 이야기 들어가는 구성도 흥미로웠고 반전도 있었다. 내가 소설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다만 한국 영화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은데 내 소설은 살인이나 죽음이 소재지만 폭력적이거나 잔인하지 않다."
 -책이 많이 팔려 부자가 됐을 텐데, 여전히 루앙의 가난한 지역에서 산다고 들었다. 
"소설가로 성공을 거둔 것은 50대에 들어서다. 그런데 나는 그 전에 이미 내 삶에 만족했고 행복했다. 소설로 돈을 벌었다고 집이나 차를 바꾼다든지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든지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20대에 성공을 거뒀다면 달랐겠지만…."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책이 읽히는 것, 소설을 통해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거다. 독자들의 삶에 녹아들어, 어떤 순간 특정한 노래가 기억나는 것처럼, 사람들이 나중에 기억하는 소설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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