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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 땅?' 사드는 작은 파편이었을 뿐이다!

중앙일보 2017.04.20 07:00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었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이 발언은 우리 귀를 의심케 한다. 한국을 생각하는 그들의 속내가 어떠한 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보복' 문제로 양국 간 감정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전해진 발언이어서 국민들은 더 분개한다. 

시진핑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 파문
美싱크탱크 필스버리 소장의 경고,
“중국, 상대 능가한다고 판단하면 가차없다”
슈퍼파워 미국 맞서려는 중국의 꿈
중국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 경계해야

 
사드 보복, 그리고 '한국의 중국 일부' 발언...우리는 이제 다시 한 번 물어야 한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떤 존재냐?’고 말이다. 오늘 책 한 권을 읽으며 중국인들에게 깊이 새긴 중화DNA를 추적해보자.
 

우리가 잘못 알았다. 중국은 그들의 세(勢)가 상대를 능가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힘을 과시한다. 그들은 겉으로만 평화적인 척,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척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그들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사드 보복’을 두고 중국을 비난하는 한국인의 목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산하 중국전략센터의 마이클 필스버리 소장이다. 리처드 닉슨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대 중국 외교 전략을 자문했던 인물이다. 지금도 국방부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마이클 필스버리, 그리고 '백 년의 마라톤' [사진 VOA]

마이클 필스버리, 그리고 '백 년의 마라톤' [사진 VOA]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반성이다. 자기도 중국에 속았다는 반성 말이다. 필스버리가 쓴 ‘백 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 Marathon)’은 그 반성의 고백이자, 앞으로는 절대 속지 않겠다는, 중국을 똑바로 보겠다는 맹세서 같은 책이다(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필스버리는 권부 내 강경파가 지금의 중국 발전의 담론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라고 본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힘을 키워오던 그들이 시진핑 시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강경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류밍푸(劉明福)라는 중국국방대학 교수는 그중 한 명이다. 그는 2009년 ‘중국의 꿈(中國夢)이라는 책을 쓴다. 류 교수는 그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21세기 중국의 위대한 목표는 세계 NO.1 강국이 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결투나 복싱이 아니라 육상경기일 것이며, 그것도 기나긴 마라톤이 될 것이다. 마라톤이 끝나는 날 지구 상에는 가장 도덕적인 강국이 통치하게 될 것이다.

 
필즈버리는 류밍푸의 책을 소개하면서 “처음으로 그들이 ‘마라톤 전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책 제목에 ‘마라톤’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다. 슈퍼파워를 향한 미국과의 긴 경쟁을 뜻한다.
류밍푸와 중국몽 [사진 바이두]

류밍푸와 중국몽 [사진 바이두]

류밍푸 교수가 제기했던 ‘중국몽’이 정치 슬로건으로 비약한 것은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에 올랐던 2012년 가을이었다. 18차 전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국가기념관 ‘부흥의 길’ 전시장으로 가 ‘중국의 꿈’을 외친 것이다(2012년 11월 29일). ‘위대했던 중화민족을 부흥시키자’는 뜻이다. 
 
‘중국의 꿈’은 그 후 ‘두 개의 1백 년(两个一百年)’논리로 이어지게 된다. '공산당 설립(1921년) 100주년이 될 때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를 이루고, 중화인민공화국 설립(1949년) 100년이 되는 때 부강하고 민주화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2021년 즈음 미국과 견줄 수 있는 부유한 나라를 이루고, 2049년 즈음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슈퍼파워로 등장하겠다는 국가 비전이다. 그때쯤 류밍푸가 말한 ‘도덕적 강국’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시진핑은 ‘위대한 중화 민족의 부흥’이라는 꿈이 실현될 날을 2049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공산당 정권이 선지 100년 만에 말이다. 그 백 년 동안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치열하고도 긴 ‘백 년의 마라톤’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가 2012년 11월 29일 부흥의 길 전시관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이매진차이나]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가 2012년 11월 29일 부흥의 길 전시관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이매진차이나]

필스버리는 뭘 반성한다는 말인가?
 
그는 ‘나를 포함한 서방 전문가들이 중국을 착각했다’고 말한다. 애초부터 틀린 가설을 중국에 접근했기 때문이란다. 더 정확하게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막연한 낙관론이 중국을 키웠고, 호의는 머지 않아 부메랑이 돼 중국 공격의 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어떤 가설일까?
 
1. 포용이 완벽한 협력을 가져올 것이다...No, 중국은 북한과 이란의 핵 무기를 억제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2. 중국이 민주주의 길을 걸을 것이다...No, 서방과는 완연히 다른 중국 특유의 ‘권위적 자본주의’가 강화될 뿐이다.


3. 중국은 무너지기 쉬운 힘이다...No, ‘중국 붕괴론’을 믿고 중국을 지원해준 게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4. 중국은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한다...No, 미국의 오만일뿐이다.


5. 중국의 강경파는 영향력이 미약하다...No, 그들은 건재하며 자유주의 세력을 압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원하는 데로 중국을 생각했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이 따라올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그 사이에도 중국은 미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속으로 힘을 키우고, 공작을 해왔다.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이를 두고 나오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발톱을 드러낸다. 미국에 대해 서서히 머리를 꼿꼿이 들고, 얼굴을 마주보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2008, 2009 세계 금융위기는 베이징에 올 것이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상대적 약세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다. 세(勢)가 중국에게 유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국의 전술이 결실을 맺고 있다.

 
필스버리는 중국 싱크탱크들이 2009년 중반부터 ‘미국의 상대적 쇠락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학자와 정보기관들은 ‘백 년의 마라톤’의 결승선이 예상보다 10년, 심지어 20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하고,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전략을 내거는 등 일련의 글로벌 공세가 그런 맥락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시각을 아시아로 돌려보자.
 
미국과 ‘마라톤’ 대결을 하고 있는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게임은 '800m 달리기'로 여긴다. 이미 경제적으로 일본을 제쳤으니, 승리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군사력으로도 역내에서 중국을 위협할 나라는 없다. 중국이 ‘태평양은 넓다. 중국 쪽 바다는 중국이, 미국 쪽 바다는 미국이 관리하자. 중국 핵심 이익을 보장해달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필스버리의 논리대로라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이미 ‘도덕적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여긴다. 그들이 주창하는 ‘도덕적 강국’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익을 나누고, 포용하는 관계다. 그들은 이를 대동(大同)사회라고 했다. 실제로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운명공동체'를 얘기하고, 이웃과는 '친하게(親), 성심 껏(誠), 혜택을 주며(惠), 포용하겠다(容)'는 외교 노선도 내건다.
황제의 그림자 [사진 중앙포토]

황제의 그림자 [사진 중앙포토]

그들이 말하는 대동은 오히려 불평등한 관계일 수 있다는 게 필스버리의 주장이다. 중국이 만든 질서의 틀에서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논리니까 말이다. 그게 바로 중화논리다. 중국은 한반도에서도, 대만에서도, 센카쿠 열도(중국 명 댜오위다오)에서도 ‘냉전의 유물’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대동사회를 해치는 나라가 있다면? 응징해야 한다. 질서의 주관자인 중국에 대드는 나라가 있다는 처절한 보복이 따를 뿐이다. 춘추전국시대, 황제의 권력에 도전하는 지방 세력을 다 같이 모여 응징했듯 말이다. 그게 바로 그들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중화DNA이다.
 
책을 읽다 보면 ‘사드 사태’의 진실이 윤곽을 드러낸다. 시 주석이 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다. 사드는 그 사고의 파편이었을 뿐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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