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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대통령 지지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중앙일보 2017.04.20 03:08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정하정치부 차장

김정하정치부 차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51.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첫 과반 득표였다. 하지만 이게 전체 유권자의 51.6%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득표율은 투표자 수 대비 득표수의 비율이다. 기권자는 득표율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기권도 엄연한 정치적 의사 표시다. 맘에 드는 후보가 없으니까 투표소에 안 나간 거다. 이런 측면에서 단순 득표율보다는 ‘전체 유권자(투표자+기권자) 기준 득표율’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체 유권자 중에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중이 얼마만큼 되는지를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때 전체 유권자 4050만7842명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을 찍은 사람은 1577만3128명으로 전체의 38.9%다. 유권자 10명 중에 박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4명이 채 안 됐다는 얘기다. 그나마 38.9%는 87년 개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87년 대선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전체 유권자 기준 득표율을 계산해 보면 노태우 32.0%, 김영삼 33.9%, 김대중 32.0%, 노무현 34.3%, 이명박 30.5%로 나타난다.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30% 초반대다. 특히 가장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체 유권자 기준 득표율은 가장 낮다는 점이 매우 역설적이다. 이런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광우병 시위’ 한 방에 침몰 직전까지 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밌는 건 60년대까지 범위를 넓혀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과거 득표 기록을 찾아 계산해 봤더니 63년 대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체 유권자 기준 득표율은 36.2%에 불과했다. 67년과 71년 대선 때는 똑같이 40.8%였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권당 프리미엄이 어마어마했던 박정희 정권 때도 대선에서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는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에 불안을 느꼈는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결국 72년 유신을 선포하고 대선을 없애버렸다.
 
이처럼 전체 유권자 기준 득표율의 관점에서 선거 결과를 바라보면 대통령 권력 기반의 허약한 실체가 드러난다. 대통령들은 언제나 지지자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적 반대자(타 후보 지지자+기권자)들에게 포위돼 있는 셈이다. 다음달 9일 대선에서도 누가 당선될진 알 수 없지만 사정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다자 구도가 끝까지 복잡하게 전개되면 차기 대통령의 전체 유권자 기준 득표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의 지지도 못 받은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단 얘기다. 결국 차기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포용 노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통령을 찍지 않은 유권자들까지 아우르지 못하면 정권의 운명이 험난해진다. 언제나 그렇듯 대통령 지지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김정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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