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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관람객 하루 10만 명 오갈텐데, 평창군엔 택시 134대뿐

중앙일보 2017.04.20 03:03 종합 2면 지면보기
평창올림픽 중간점검 <3·끝> 교통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시외버스터미널의 배차시간표. 현재 횡계에서 서울로 운행하는 노선은 2개(동서울·남부 터미널)다. 배차 간격은 1시간 내외, 장평·진부 등을 거친다. 횡계의 농촌 공영버스는 하루에 네 차례 다니는 노선 1개뿐이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평창=김원 기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시외버스터미널의 배차시간표. 현재 횡계에서 서울로 운행하는 노선은 2개(동서울·남부 터미널)다. 배차 간격은 1시간 내외, 장평·진부 등을 거친다. 횡계의 농촌 공영버스는 하루에 네 차례 다니는 노선 1개뿐이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평창=김원 기자]

“평창에서 택시 잡기는 정말 힘들어요. 택시가 없어서 숙소까지 40분간 무작정 걸은 적도 있어요. 설마 내년 올림픽 때도 이렇진 않겠죠?”

개·폐회식, 41개 경기 열리는 횡계리
공영버스 노선은 1개, 하루 4회 배차
대도시 잇는 버스 증차 계획 없고
기사 교육 등 통역 대책도 안 세워

 
지난달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를 찾은 프랑스 바이애슬론팀 관계자 플로란 마티유(43)는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마티유처럼 지난 2~3월 열린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평창을 찾은 외국인들은 교통시설이 변변찮아 큰 불편을 겪었다. 호텔과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됐지만 버스터미널이나 식당·관광지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평창 알펜시아가 위치한 횡계에선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린다. 또 102개 세부 종목 중 41개 경기가 이곳에서 치러진다. 전체 대회 종목의 45%가 이 지역에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기간 횡계리에선 공교롭게도 공영버스 업체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택시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평창조직위에 따르면 횡계리에 등록된 택시는 법인·개인을 모두 합쳐 25대뿐이다. 평창군 전체를 합쳐도 134대만 운행 중이다. 이마저 6부제(6일에 하루씩 차량 운행 휴무를 강제하는 시스템)로 운영돼 실제 하루에 운행하는 택시는 112대다.
 
강원도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하루에 최대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평창과 강릉을 찾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택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테스트이벤트 기간 택시들은 관람객과 대회 관계자들을 여기저기로 실어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콜서비스를 활용해도 택시를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웠다. 김동환 강원도청 올림픽운영국 교통운영과 주무관은 “올림픽 기간엔 택시 부제 운행을 폐지하고 사업구역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 택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만 부족한 게 아니다. 현재 횡계에 운행 중인 농촌 공영버스는 1개 노선뿐이다. 횡계~용평~알펜시아~양떼목장만 거친다. 배차도 오전 10시와 11시10분, 오후 1시30분과 2시40분 등 네 차례뿐이다.
 
강원도, 대회 기간 택시 부제 해제 검토
 
일반 관람객들을 수송하기 위해 버스터미널, KTX역과 주요 경기장을 셔틀버스로 연결하는 수송시스템은 현재 준비 중이다. 그러나 주요 관광지와 숙박시설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마땅치 않다. 강원도는 대회기간 도시를 오가는 인원이 하루 평균 57만6000여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강릉을 1시간10분에 관통하는 고속전철(KTX)은 12월 완공 예정이다. 하루 51회 운행하면서 편도 2만1000여 명을 수송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부산·광주 등 대도시에서 평창·강릉을 연결하는 시외버스 증차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횡계·진부 등 평창 내 주요 시외버스터미널은 대부분 지은 지 40~50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다. 횡계시외버스터미널 내 편의시설은 매점·커피숍이 전부다.
 
평창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통역서비스도 시급하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올림픽 현장을 답사한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본부장은 “리우는 교통정체가 심한 대도시다. 버스노선 등 대중교통을 잘 정비해 큰 불편이 없었다”며 “하지만 운전기사들의 외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져 목적지나 경유지를 묻는 승객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목적지를 혼동해 엉뚱한 곳으로 이동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및 수도권과 광역도시에는 BBB(통역자원봉사), 콜서비스 등을 통한 통역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강원도에도 관련 서비스가 있지만 해당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횡계 택시기사 김익래씨는 “테스트이벤트 기간엔 외국인들과 보디랭귀지로 어렵게 소통했다. 통역서비스와 관련해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서울과 남부터미널에서 횡계로 향하는 시외버스는 장평·진부 등의 지역을 일일이 거친다. 러시아 관광객 세르게이 얀토프는 “스키장이 평창에 있다는 것만 알고 왔다. 그런데 버스가 중간중간 섰다. 버스기사와 소통이 안 돼 어디에 내려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홍식 강릉원주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잘 정비돼 서울과 인천공항에서 강원도로 이동하기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지역 내에서 이동하려면 큰 불편이 예상된다. 셔틀버스를 운용하더라도 횡계 등 군 지역은 상황이 심각하다. 세심한 준비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평창·강릉=김지한·김원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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