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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육아휴직하는 아빠들 … 엄마 9명 낼 때 1명꼴

중앙일보 2017.04.20 02:47 종합 1면 지면보기
직장인 정규한(35)씨는 석 달째 육아휴직 중이다. 아침 10시, 세 살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후 3시에 데려온다. 각종 집안일과 저녁 식사 준비도 그의 몫이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정씨는 특성상 야근이 잦았다. 어느 날 그는 “아빠가 보고 싶지 않다”는 딸의 말을 듣고 휴직을 결심했다. 정씨는 “아이와 종일 지내며 훨씬 가까워졌고, 아내도 만족해 후회는 없다”며 “다만 기존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급여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료 고용노동부]

 

제조·건설·서비스업 많아
“휴직 급여 월평균 69만원
더 현실화돼야 참여 늘어”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육아휴직자 2만935명 중 남성이 2129명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5%에서 올 1분기에 10.2%로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10%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연간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8.5%였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59.3%는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 직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제주(-13.3%)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건설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았다.
[자료 고용노동부]

[자료 고용노동부]

 
‘아빠의 달’ 이용자도 늘었다. 1분기 84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아빠의 달은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대부분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월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상한액 월 100만원)다. 김종철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육아를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빠른 속도로 늘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엔 못 미친다. 육아휴직 제도가 정착된 노르웨이(21.2%)·스웨덴(32%)·독일(28%) 등은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높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필요한 건 육아휴직 급여액의 현실화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1인당 월평균 급여액은 69만6000원에 머물렀다. 
 
육아휴직 아빠, 선진국은 20%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2016년, 3인 가구 기준)인 493만원과는 격차가 크다. 그나마 대기업 근로자는 41.7%가 상한액(100만원)을 채워 받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23.1%만 상한액을 지급받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휴직 기간 동안 경제적 부담을 줄여 주지 않으면 남성 육아휴직 증가세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며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도 급여 현실화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김종철 과장은 “당장 인상이 쉽지 않다면 단기적으로 하한액이라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재정 부담이다. 출산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에서 나간다. 실업자가 늘어 실업급여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출산·육아휴직 급여까지 올리는 건 지금의 재원조달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김종철 과장은 “정부 재정에서 지원을 늘리는 식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문화 개선도 시급하다. 아직도 상당수 기업에서는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김경선 고용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육아휴직 이용률이 10% 증가할수록 직원 1인당 창출하는 기업 이윤이 3.2% 늘어나는 효과(한국노동연구원)가 있다”며 “아빠들이 눈치 보지 않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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