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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모두 “원전·석탄 줄일 것” … 전력 공급 대책은 부족

중앙일보 2017.04.20 02:40 종합 6면 지면보기
‘원전과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대선후보 ‘에너지 공약’ 점검
미세먼지 감축 등 단기목표 집착
신재생에너지 확대 밝혔지만
구체적 대안 부족, 현실성 떨어져

대선후보들이 제시한 에너지 정책의 공통분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명색이 공약인데 전문성과 현실성,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선후보들의 에너지 정책

대선후보들의 에너지 정책

 
19일 기후변화센터를 비롯한 11개 에너지 관련 협회·학회가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공동 개최한 ‘에너지 대토론회’에선 각 후보들의 에너지 정책을 점검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자력발전소 정책을 재검토하고 노후 원전을 없애겠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4~5월)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 대신 천연가스 발전 확대를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원전은 줄이고 오염물질이 적은 발전기를 가동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도 않지만 폐기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40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강한 반핵 에너지 정책을 내세웠다.
 
각 후보의 공약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후보들 약속대로 석탄·원자력 발전을 줄이면 그만큼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로 현재의 전력 소모량을 감당하기엔 기술적 문제가 많다.
 
예컨대 태양열에너지로 현재의 원자력발전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기술적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결국 재원이 문제가 된다. 태양열보다 훨씬 효율이 높으면서 친환경적인 천연가스 발전만 하더라도 원가가 원자력·석탄의 두 배다.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민간 발전 회사들이 가스 발전 시설을 대폭 늘리고도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것도 단가가 맞지 않아서다.
 
"공약대로 하면 전기료 5배 올라” 의견도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보들의 공약을 한국에 적용하면 전력 가격이 지금보다 최소한 5배 오른다. 국민적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혜영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본부장은 “원전·석탄 발전을 축소하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실 여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목표치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받은 공약도 있다. 안철수 후보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20%로 잡았다. 현재 정부가 잡은 목표치는 2030년까지 약 11%다. 서균렬 교수는 “2030년까지 10% 달성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면 수송·저장하는 방법을 찾고, 사용처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단기 정책과 장기 정책을 혼동하는 것도 문제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경제학 명예교수는 “후보들이 단기적 문제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바꾸겠다고 한다. 에너지와 미세먼지를 혼돈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전력 생산의 1% 정도를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한다면 국고 보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20%까지 오르면 국고보조가 어렵다. 재정에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전·석탄에서 신재생·천연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 전력공급 안정성, 과세 형평성 같은 에너지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후보들을 대신해 이훈 민주당 의원,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박인숙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윤상직 한국당 의원,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 본부장이 참석했다.
 
전영선·문희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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