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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발길 끊자 … 제주서 짐싼 불법체류 중국인 1386명

중앙일보 2017.04.20 02:34 종합 14면 지면보기
19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 전용 쇼핑센터.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국인 점원 5명이 유커들을 맞았던 곳이다. 하지만 4월 들어 유커가 급격히 줄자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쇼핑센터 대표인 김모(45)씨는 “이달 초부터 평소 열심히 일하던 중국인 직원들에게 부득이하게 휴가를 줬다. 일부는 알아서 그만두고 고향(중국)으로 돌아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상점·음식점 손님 줄자 일자리 잃어
자진출국자, 작년 같은 기간의 9배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 이후 제주 지역을 떠나는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 사드 보복 여파로 한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중국인들이 중국 본토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3월 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제주에서 불법 체류하다 자진 출국한 중국인은 1386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9명)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관계 당국은 중국 측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금한령)로 제주를 찾는 유커가 급감하자 제주 관광업계에 불법취업했던 중국인들이 유탄을 맞아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유커들이 발길을 끊자 중국인을 상대로 영업을 해오던 식당이나 상점 등 업소에서 일하던 불법체류자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8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제주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관광업계나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유커 감소로 중국인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입국 금지 면제제도 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불법체류자들의 자진 출국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국 금지 면제제도란 불법 체류 기간이 3년 미만인 자진출국 외국인에 대해 재입국 기회를 주는 조치다. 입국금지 면제 제도가 중국인의 자진 출국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불법체류자의 자연적인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불법체류자의 숫자가 줄어들자 제주경찰은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에서 올해 1분기에 검거된 중국인 수는 15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명보다 55.7% 늘어난 상황이다. 제주경찰청 맹훈재 외사과장은 “지난 2월 제주경찰청에 외사과가 신설된 이후 유관기관끼리 협조체제 구축에 힘을 써왔다”며 “그 첫 결과물인 불법체류자 자진신고제도 홍보와 유관기관 합동단속 효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도 제주도 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유관기관 합동 단속을 통해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자 196명을 적발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
 
최은하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은 치안 불안 요인 중 하나였다”며 “이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국제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의 체감 안전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 시장을 감안할 때 음성적으로 커진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 시장에 대한 ‘제한적 양성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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