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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특정 업체에 150억 사업 몰아주려 한 의혹

중앙일보 2017.04.20 02:30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시가 민간 위탁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법인에 과도한 혜택을 줬다는 의혹이 19일 제기됐다. 지난달 1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 사단법인과 관련해서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3년간 50억원씩 모두 1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계획돼 있다.
 

도시재생센터 운영 민간 입찰 전에
자문위원 업체 사업자로 내정 논란
사업실적 서류도 허위로 드러나
본지가 취재 들어가자 재입찰 공고
시는 “수익 1원도 안 남는 봉사 사업”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적격자심사위원회를 열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운영 업체 입찰에 지원한 두 곳 중 사단법인 ‘도시와 삶’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서울 각 지역의 재생·발전 전략을 세우고 주민 커뮤니티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 법인의 등기이사로 등록된 김모씨와 박모씨는 공개 입찰이 이뤄지기 전 서울시 ‘도시재생 민관협의회’에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관협의회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의 발전 및 방향에 대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2015년 12월 만든 조직이다. 김씨와 박씨가 민관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던 때엔 아직 법인이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도시와 삶’은 지난해 12월 자본금 2000만원의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이와 함께 이 사단법인이 입찰 이전부터 서울시의 위탁 사업을 맡기로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도시재생 민관정책협의회 회의(지난해 2월 26일)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6월 중으로 김모 위원장을 중심으로 도시재생본부에 재생과 관련된 신규 사단법인 설립 예정” “사단법인 설치비용, 이사 모집 등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며 시 일정에 맞춰 6월 중으로 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민관협의회 위원장 김씨가 ‘도시와 삶’의 설립을 주도한 등기이사 김씨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민간 위탁이 이미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사단법인의 등기이사 중 한 명인 이모씨가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이씨는 의혹이 계속되자 지난 1월 17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도시와 삶’의 김 이사는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지원을 한 것이다. 내정설은 말이 안 된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내정설과 별도로 ‘도시와 삶’이 도시재생센터 사업 수주 과정에서 서울시에 제출한 서류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심사를 위해 최근 3년 이내의 수주 실적으로 1700만원 규모의 ‘찾아가는 도시재생아카데미사업’을 써냈는데 이 사업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수익성 없어 9개 업체 참여 포기한 것”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본지의 취재가 진행되자 ‘도시와 삶’은 지난 13일 사업계획을 철회했다.
 
서울시는 19일 이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입찰대상자 공고를 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사업은 3년간 15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인건비·사업비 등을 제외하면 수익이 단 1원도 남지 않는 사업이다. 사실상 무료로 자원봉사하는 개념”이라며 “예산을 쓰고 돈이 남더라도 반드시 시에 반납하게 돼 있어 지난 1월 최초 사업자 모집 당시 11개 업체가 사업설명회에 참여했지만 9개 업체는 포기했고 나머지 2개 업체가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의기록에 그러한 내용이 남아 있는 것은 재생지원센터 초기 단계에 민간위원들과 공무원들이 두서없이 나눈 이야기들을 회의 결과에 옮겨 적은 것일 뿐이다. 사전내정했다는 의혹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서울시 이숙자(55·서초2·바른정당) 의원은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은 민간인 위원들은 내부 정보를 알고 있어 입찰 시 상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이다. 이들에 대한 입찰 제한과 처벌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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