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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 소나타의 드라마, 관객과 함께 즐길 것”

중앙일보 2017.04.20 01:37 종합 25면 지면보기
‘2017 베토벤 대장정’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지난 200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한 후 10년 만에 재현하는 전국투어 공연이다. 전국 30여 곳에서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뉴시스]

‘2017 베토벤 대장정’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지난 200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한 후10년 만에 재현하는 전국투어 공연이다.전국 30여 곳에서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뉴시스]

2007년 12월 8~14일 7일동안 여덟번.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을 모두 연주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8회 평균 유료 관객 점유율 90%. 공연 8회에 모두 참석한 청중이 600명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전곡 연주에 도전
“서로 다른 32곡이 모두 매력적
경험이 쌓이니 디테일이 더 보여”
지방공연 21회, 서울선 9월에 8회

백건우가 꼭 10년 만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다시 연다. 9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다. 지방 순회 연주를 이미 시작한 그는 “장편소설 같은 베토벤 소나타의 드라마는 베토벤과 1주일동안 같이 생활하고 나면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9월의 ‘베토벤 대장정’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10년 전과 지금, 백건우의 베토벤은 무엇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 그의 발언을 중심으로 올 한해 우리 음악계 큰 이슈가 될 베토벤 공연을 10년 전과 비교해 살펴본다. 
 
#8번이 아니라 29번
 
10년 전과 비교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공연 횟수다. 이번엔 지방 공연장까지 순회한다. 지난달 29일 충남 예산에서 시작해 김해·제주 등에서 연주했고, 오는 29일 하남, 다음달 30일 대구 등 10월까지 전국에서 21차례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 32곡 중 4곡 정도를 뽑아서 프로그램을 짠 지방 공연들이다. 여기에 서울 공연 8번을 더하면 총 29번이다. 백건우는 “한 지역에서만 음악회를 열고 싶지 않았다. 큰 그림 안에서 전국의 모두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평소에도 서울 이외 지역의 청중을 자주 만났다. “지방의 청중이 몇년새 더욱 발전했다. 음악에 점점 더 많이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10년 만에 다시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 32곡은 얼마나 다르게 보일까. 백건우는 “어딘가 방문했을 때 여러 문을 열어봐야 그 곳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지금은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며 “전에 보이지 않던 정경이 보인다”고 말했다. 정경과 함께 ‘새로운 드라마’도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열린 문으로 보는 베토벤에게서 그가 발견한 것은 ‘늘어난 숙제’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으니 디테일이 더 보인다. 음악에서 숙제, 소화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그만큼 연습을 더 해야 한다.” 세세히 찾아낸 베토벤의 특징에 백건우는 연주자로서 충실할 작정이다. “작은 모티브로 대곡을 쓰는 게 베토벤의 특기다. 내 숙제는 그걸 전달하는 거다.”
 
#변함없는 베토벤의 가치
 
2007년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독주회. [사진 크레디아]

2007년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독주회. [사진 크레디아]

베토벤에 대한 존경만큼은 바뀌지 않았다. 백건우는 베토벤에게 다른 작곡가보다 더 큰 의미를 둔다. “베토벤은 음악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거인”이라고 했고 “베토벤을 공부하면 항상 깜짝깜짝 놀란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항상 새롭게 창조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소화시키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또 “소나타 32곡이 모두 너무 다른 것이 매력이다. 어떤 소나타는 2악장뿐이고, 어떤 곡은 매우 길게 작곡했다. 변화를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매력적인데 모두 완벽한 작품이다”라고도 말했다.
 
#베토벤을 하는 이유
 
백건우의 아내인 영화인 윤정희는 10년 전 베토벤 전곡 연주가 끝나고 중앙일보에 이렇게 기고했다. “보통 연주회보다 8배나 긴 이 연속 연주회는 전에 없던 일로 초인간적 시도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피아니스트 백은 그 꿈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이전도, 이후도 아닌 지금 이 순간 꼭 해야 한다. 50년의 연주 생활에서 꼭 지금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중앙일보 2007년 12월 17일자 13면 )
 
10년이 지난 지금도 베토벤을 하는 이유는 같다. 백건우는 “연주자와 작품이 만나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며 “어느 순간 드뷔시가 이해가 되고, 쇼팽이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다시 베토벤을 해야겠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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