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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도 ‘무슬림 나토’ 연내 생긴다

중앙일보 2017.04.20 01:31 종합 16면 지면보기
41개 이슬람 국가가 참여하는 대테러 연합의 연내 창설이 가시화됐다. ‘이슬람 군사동맹(Islamic Military Alliance to Fight Terrorism:IMAFT)’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역할을 표방해 ‘무슬림 나토’라고도 불리는 기구다.
 

수니파 41개국 참여 ‘테러와 전쟁’
시아파 이란 빠져 갈등 부추길 수도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몇 개월 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회원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조직과 구체적 임무 등이 결정된다. 이달 초 회원국들은 라힐 샤리프 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을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파키스탄 탈레반 소탕 작전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IMAFT의 창설 명분은 테러와의 전쟁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중동 각국에서 활동 중인 지하드 조직, 서아프리카의 보코하람 등을 격퇴하고, 이들로부터 회원국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문제는 IMAFT가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로만 구성된 동맹체라는 점이다. 창설을 주도하는 것도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다. 수니·시아파 종파 갈등이 첨예한 중동의 상황에서, 동맹이 오히려 중동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WSJ도 “시아파 종주국이자, 사우디의 라이벌인 이란이 빠진 무슬림 군사동맹은 특정 종파의 세 과시로 보일 수 있다”며 IMAFT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사우디는 2015년 말 동맹 창설을 제안한 뒤 불참 의사를 밝힌 국가들에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참가국 수를 늘려 왔다.
 
사우디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동맹체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총사령관직까지 맡게 됐다. 또 사우디 남부 지역 방어를 위해 병력 5000명도 파병할 계획이다.
 
이란은 IMAFT 창설 반대 입장을 밝히고, 파키스탄 정부에 이슬라마바드 주재 자국 대사를 통해 강력 항의했다. 이란과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파키스탄은 “결코 이란에 적대적이지 않다”며 “테러리즘에 맞서는 것이 동맹의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WSJ은 “사우디가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들을 테러조직으로 간주하는 이상, 이란의 반감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IMAFT의 사령부와 지휘센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두고 회원국 국방장관으로 회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은 각국 장관이 번갈아 맡게 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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