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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쿠팡이 어떻게 되든 e-커머스는 계속된다

중앙일보 2017.04.20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장주영산업부 기자

장주영산업부 기자

5년간 매출이 20배로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350배로 올랐다. 이런 거짓말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든 기업이 있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쿠팡 실적에 따르면 2012년 845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조9159억원으로 뛰었다. 적자도 이 기간 16억에서 5600억 원대로 불어났다. 2년 연속 5000억 원대 적자다.
 
쿠팡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서 나온 적자, 즉 ‘계획된 적자’라고 주장한다. 기존 유통업계에서는 비관적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 유통업체 간부는 “수천억 손실이 이어지는 출혈 경쟁을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직접 배달해주는 로켓배송이 강점이지만, 고비용 구조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했다. 대체로 쿠팡의 지속가능성에 회의적인 것이다.
 
쿠팡 옹호론자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쿠팡 실적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댓글에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섞여 있지만 대체로 낙관론이 우세하다. 주로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로켓배송은 배송비를 조금 받아서라도 유지해달라’, ‘쿠팡의 혁신을 응원한다. 쿠팡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으니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런 전망은 과학적이고 분석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용해보니 편하고 좋더라’는 후기에 더해 ‘나처럼 만족하는 사람이 많으니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가까운 전망이다.
 
고객이 많다 해도 이윤을 못 남기는 기업은 문을 닫는다. 실제로 쿠팡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있다. 지난 2015년 쿠팡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언젠가는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설사 쿠팡이 망한다 해도 그것은 ‘쿠팡의 실패’이지 ‘e커머스의 실패’는 아니다. 쿠팡이 내일 문을 닫아도 2조원(지난해 매출)의 수요가 고스란히 오프라인으로 넘어올 것 같진 않다. e커머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이고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든지 e커머스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망한다. 쿠팡도 그럴 수 있다. 쿠팡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망한다, 흥한다를 자신의 업체가 유리한 쪽으로 전망하는 대신 쿠팡에게서 혁신할 점, 배울 점을 찾아보는 게 살 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도전하지 않는 유통기업도 망한다. 지금 잘나가는 기업도 그럴 수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쿠팡이 유통 업계에 던지는 화두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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