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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국정원 검증 받은 이유는..."아무리 노력해도…"

중앙일보 2017.04.19 21:57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국정원 IO(정보관)에게 검증을 받으면 그걸 근거로 양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9일 열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송 차관은 “(문체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청와대로 전달되는 IO 보고서에 지원 대상 선정의 문제점이 지적됐다”면서 “문체부에서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교문수석실에서도 자신들의 능력 밖이라고 했다”면서 국정원의 의견을 듣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송 차관은 또 청와대 보고를 위해 만든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국정원에 넘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은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으로, 문체부에 파견 온 조모 국정원 정보관이 이에 대해 물어 그 문건을 보내줬다고 말했다. 송 차관은 “관행적으로 문체부에서 추진하는 내용, 특히 청와대 관련 사항들은 국정원에서 파견돼 있는 IO들에게 업무공유 차원에서 자료로 준다”고 설명했다.
 
송 차관에 이어 증언대에 선 우재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실 행정관은 “배제 대상 명단을 검토할 때 국정원 보고서·경찰 정보보고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 전 행정관은 “배제 대상에 해당되는 활동이 있으면 그 활동을 배제 기준에 추가했다”면서 ‘문재인 지지선언’,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명단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배제 대상 활동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우 전 행정관은 또 “특정인을 배제해야 하는 업무를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결국엔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면서 1년 8개월만에 사직하게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조윤선 전 장관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문체부 장관으로서 상당히 노력했다는 점을 송 차관에게 확인 대답을 듣는 방식의 변론을 펼쳤다. 김상배 변호사는 “퇴직하는 실장의 송별회 자리에서 직원들이 ‘장관님을 동료로!’라는 구호를 외쳤다”면서 송 차관에게 “피고인은 직원과 가까이 다가가려 애썼던 장관이 아니었냐”고 물었다. 송 차관은 “그렇다. 저희는 힘 있는 장관이 와서 문체부의 문제를 풀 수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또 “조 전 장관이 불공정하게 좌천된 직원들을 전수조사해 인사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제해 줬고, 차관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퇴임하는 직원들의 퇴임식을 열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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