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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후보 변별력 높여준 2차 스탠딩 TV토론

중앙일보 2017.04.19 20:59 종합 34면 지면보기
어젯밤 대선후보 5명이 참여한 2차 TV토론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난주 1차 TV토론 직후 지지율이 요동친 데다 2차 토론에선 후보들의 능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이 여럿 도입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TV토론 사상 처음으로 후보들이 사전 원고와 자료 없이 발언대에 서서 최장 18분 동안 상대를 선택해 질문을 던지고 토론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였다.
 

사전 원고 없이 무제한 스탠딩 논쟁
후보들 속내와 수준 그대로 노출돼
사실왜곡·상호비방 구태는 버려야

즉문즉답 상황에 부닥친 후보들은 자신의 속내와 철학을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유권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후보들의 됨됨이를 자연스럽게 판단할 기회를 얻었다. 또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던 과거 TV토론과 달리 현안에 대해 반복적이고 심층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덕분에 후보 개개인이 현안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했는지, 또 적절한 대책을 갖고 있는지 측정하기도 용이했다.
 
‘스탠딩 방식에 따른 무제한 토론’은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어서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전이 난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시간 내내 밀도 있는 논쟁이 이어짐으로써 유권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합리적으로 표심을 결정할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 분야가 정치·외교안보와 교육·경제·사회·문화 등 2개로 나뉘어 다양한 쟁점을 넘나든 것도 안갯속 대선의 향배를 가늠하는 데 좋은 지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출된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후보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팩트들이 사실과 달라 유권자들을 오도할 우려가 적지 않았다. 또 감정에 치우쳐 언성을 높이거나 상대방 발언 사이에 끼어드는 모습이 이어져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대선전은 유달리 네거티브와 고소·고발 남발 등 퇴행적 양상으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선두를 놓고 각축을 벌여온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문자 폭탄과 ‘가짜 뉴스’ 공방으로 소송전도 불사할 만큼 사이가 벌어져 있다. 홍준표·유승민 등 두 보수 후보 역시 영남권과 보수정당의 적자를 놓고 단일화 논쟁을 이어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그런 만큼 TV토론은 이런 후보들의 갈등을 정제되고 사실에 기반한 논쟁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토론을 주최한 방송사는 토론 도중 논란이 된 사실관계에 대해 즉각 진위를 가려주고, 후보들의 논쟁이 공정하게 이뤄지게끔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TV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TV토론이야말로 유권자들이 이념과 지역 및 후보에 대한 선입관만으로 표심을 결정해 온 구습에서 벗어나 인품과 철학, 능력과 리더십을 잣대로 지도자를 뽑는 ‘선거혁명’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TV토론은 미흡하나마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적어도 세 차례의 토론이 준비돼 있는 만큼 각 후보의 민낯과 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심판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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