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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만 박근혜 요청 쉽게 들어줬나"…특검의 KT·SK와의 '비교전략' 득일까 실일까?

중앙일보 2017.04.19 20: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4차 공판에서의 쟁점은 ‘삼성은 왜 KTㆍSK 등 다른 기업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응했는가’였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KT 황창규 회장과 김인회 비서실장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KT는 대통령의 지시라도 꼼꼼히 검토해 거절했지만 삼성은 그대로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이 제시한 조서에 따르면,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더블루K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센터(영재센터)와 연계된 스키단 창단 제안서를 받았다.
 
황 회장은 “당시 두 제안서가 담긴 봉투를 김인회 비서실장에게 전달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부적절하다는 보고를 받고 두 건 모두 추진을 중단했다”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당시 검토를 지시받은 김 비서실장은 “더블루K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용역을 진행할 능력이 없다”며 “스키단 창단도 파트너인 영재센터가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특검팀은 “KT의 경우 3억짜리 연구용역도 더블루K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했다”며 “반면 삼성은 216억원짜리 정유라 승마 지원 계약을 쉽게 맺은 데다가, 언론에 국정 농단 의혹이 보도된 뒤에도 최씨와 독일에서 비밀회동을 하고 추가 지원까지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최씨측을 지원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깨뜨리기 위한 논리다.
 
특검팀은 이어서 SK가 “독일 회사 ‘비덱 스포츠’로 해외 전지훈련 비용 50억을 송금해달라”는 최씨의 요청을 거절한 사례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특검이 말한 KT도 미르재단에 11억원, K스포츠재단에 7억원을 출연했다. 그렇게 합리적으로 검증하고 따졌다면 두 재단에 출연한 이유는 뭐냐”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어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였기 때문에 승마 선수의 전지훈련을 지원할 명목이 있었지만 KT는 연구 용역의 결과가 회사 브랜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거절한 것인데 어떻게 단순 비교를 하냐”고도 반문했다.
 
재판부도 변호인의 지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심리를 진행한 김진동 부장판사는 “KT의 두 재단 출연에 대해선 어떻게 이해해야하냐”고 질문했다.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인 특검팀은 “의견서로 정리해 추후 답하겠다”고 했다가 15분의 휴정 시간 동안 회의를 거쳐 답을 내놨다. 특검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는 재단 출연 기업 중 그룹 총수의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정 청탁했는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수사했다. KT의 경우 정부 주도 기업이기 때문에 수사 순위가 밀린 것으로 추정되고, 삼성은 가장 핵심 사례로 먼저 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설전을 벌인 것은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삼성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자본금 출연과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 각기 다른 명목과 방식으로 최순실씨 측에 건넨 돈을 모두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일련의 현안 해결을 암묵적으로 청탁한 대가라고 큰 그림을 그린 것과 관계가 있다. 두 재단에 출연한 자본금과 관련해 '뇌물'혐의가 적용된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특검팀은 단순 뇌물죄를 적용한 승마 지원 부분과 추가적인 사업비 지원 요청을 거절한 다른 기업들의 차이를 부각해 삼성이 준 돈의 대가성을 부각하려는 반면, 변호인 측은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두 재단의 자본금 출연 부분을 파고들며 기소되지 않은 다른 기업의 지원과 성격적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방법상 차이가 큰 몇 가지 금품 지급 행위를 하나의 맥락으로 묶다보니 발생하는 논쟁"이라며 "다른 기업과의 차이를 부각하려는 시도는 특검팀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미ㆍ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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