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가쟁명]사드, 한중 양국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중앙일보 2017.04.19 19:51
         유주열

유주열

과거 '마늘파동'을 통해 중국의 경제보복을 경험한 한국 기업들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을 우려하고 있었으나 중국이 쉽게 보복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한국 점수 다 잃어
‘치졸한 대국’ ‘소아병적인 대국’ 대명사
더 이상 상처 내지 말고 출구 모색해야

 우선 한중 양국은 ‘마늘파동’때와는 다른 환경에 있다. 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가맹국이고 더구나 한중간에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어 두 나라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무역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에 대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가와 사이가 틀어진 마당에 한국과 같은 무역과 투자에 있어 최선의 파트너를 쉽게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 
 
 두 번째는 ‘차이나 플라스 원’이다.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인건비의 상승 등으로 투자환경이 나빠져 우리 기업은 ‘차이나 플라스 원’(언젠가 중국에서 물러날 때를 대비 중국 이외의 베트남 라오스 등 투자처를 물색)의 방침으로 이미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에 남아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 등 중국으로서도 불가결한 핵심 산업뿐이다.  
 
 마지막으로 양국의 의존적 무역구조이다. 한중간에는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이 되어 있어 한국의 설비 중간재 등 부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 기업은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가 어렵다. 한중경제는 2인3각 경기의 선수들처럼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도 따라서 무너지게 되어 있는 상호 의존구조이다.
 
 흔히들 농담반 진담반으로 중국은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이익(不利)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도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이 서로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경제보복으로 판을 깨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에 반도체와 철강을 중심으로 한 대중 수출은 오히려 16% 정도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한국의 부품소재 수입을 봉쇄한다면 중국산업의 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부품 소재는 사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입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자국의 이익과 관계가 비교적 적은 유통산업과 한류 등 문화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양국 간 불요불급한 교류를 차단하고 한국으로의 단체관광 송출을 막은 것이다. 이것은 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에게는 피부로 직접 느끼는 분야로 충격의 감도는 훨씬 높다.  
 
 중국이 우려하는 사드 레이더
 
 사드는 탄도탄요격미사일(Anti-Ballistic Missile ABM)의 일종이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는 상승단계(Boost-Phase), 중간단계(Midcourse-Phase) 그리고 종말단계(Terminal-Phase)가 있다.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는 이름 그대로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인데 PAC-2 또는 PAC-3처럼 낮은 단계가 아니고 높은 단계에서 요격한다. 사드는 탐지 시스템인 AN/TPY-2 레이더(고성능 X밴드)에서 보내 온 정보를 통해 표적을 수색 파편탄두 방식이 아닌 직격(Hit to Kill) 방식의 운동에너지로 적의 탄도미사일에 충돌 파괴시킨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드의 눈이라고 부르는 AN/TPY-2  레이더이다. 우리는 종말모드(Terminal Mode)로 운영되어 600km 정도밖에 탐지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전진배치모드(Forward Base Mode)로 바꿀 경우 최대 2000km 떨어진 중국 내륙을 탐지할 수 있고 이것이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MD)체계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사드 탐지 시스템은 종말 모드이기에 중국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누차 강조해도 중국은 믿지 않는다. 일본이 동해안에 2대의 AN/TPY-2가 전진배치모드로 중국을 탐지하고 있는데도 항의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없다.  
 
 유독 한국의 탐지 시스템을 불신한다면 사드 포대를 직접 운용하는 미국과 담판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6-7일 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 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충분히 논의하였다. 미중간의 군사적 신뢰관계도 어느 정도 개선된 것으로 보여 레이더 문제에 대한 불신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왕창령의 일편빙심(一片氷心)
 
 중국의 문화와 자연을 사랑하고 중국에 많은 지인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은 오해에서 비롯된 중국의 일방적 사드 보복을 납득하지 못한다.
 
 당(唐)대의 문인으로 왕창령(王昌齡 698-755)의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이라는 시(詩)가 있다. 왕창령이 강소성 진강(鎭江)에서 친구(辛漸)를 떠나보내면서 낙양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해 오해를 풀고자 지은 시로 생각된다.  
 
 한우연강입오(寒雨連江入吳)
 차가운 밤비 강물을 따라 오나라 땅으로 흐르는데
 평명송객초산고(平明送客楚山孤)
 이른 아침 친구 떠나보내니 초나라 산이 외롭게 보이는 구나      낙양친우여상문(洛陽親友如相問)
 낙양의 벗들이 내 소식을 묻거들랑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항아리에 담겨있다고 전해주게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하여 위해(危害)를 주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순수한 자위 조치라는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一片氷心)’을 중국의 벗들이 알아주어 오해를 풀기를 바라는 것이 한국인들의 심정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된 중국의  출구전략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미국은 매우 비판적이다.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조치라고 하였고, 미국의 하원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사드 보복은 중국으로서도 자해행위(self defeating)로 제 발등을 찍는 일로 보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무릎을 꿇을 줄 알았던 한국이 오히려 스프링처럼 더 튀어 오른다. 한국의 국회에서도 여야 각 당의 원내대표가 모여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사드 배치 반대 내지 유보론을 주장하던 유력 대선 주자들도 사드 배치는 주권사항이라고 하면서 사드 배치 불가피론을 내 세우고 있다.
 
 중국의 고사성어 ‘살계경후(殺鷄儆猴 죄 없는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경고함)’가 떠오른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번지수를 잘 못 짚었다. 한국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에 죄 없이 죽어야 하는 닭의 처지가 된 셈이다.  
 
 중국은 그간 한국인에 대한 친중적인 공공외교로 따놓은 점수를 다 잃고 있다. 사드 보복이후 한국에서는 ‘치졸한 대국’ ‘소아병적인 대국’이 중국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한국에게 주는 의미를 잘 못 파악한 것이다. ‘경제는 먹고 사는 것이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몰랐던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의견이 갈렸던 한국의 국민들은 도가 지나치고 명분 없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한마음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드 보복의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찾는 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정협 상무위원이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의 자칭궈(賈慶國)원장의 사드 보복 신중론이 언론에 공개되고, 왕잉판(王英凡) 전 외교부부장이 방한하여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사드 보복은 ‘전략적 실수’라는 말을 듣고 돌아갔다. 일부 명망 있는 중국학자들 가운데는 사드 보복을 중단하는 궁여지책으로 문제가 된 사드 레이더(AN/TPY-2)를 미군에게만 맡기지 말고 한국군도 참여 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내 움직임을 사드 보복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정부도 “사드 보복은 정부차원이 아니고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중국정부는 오히려 말리고 있다“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민간차원’이기에 사드 보복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중단하는 출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애국무죄’라는 말처럼 애국에 열성적인 중국 사람들도 사드 보복이 장기적으로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아 진정한 애국이 아님을 알게 되면 사드 보복도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금년 가을 중국의 제 19차 당 대회가 끝날 무렵이면 국내 정치에 안정을 찾은 중국으로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관심도 점차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지향적 한중관계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가 임박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이를 막지 못하면 미국이 단독으로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무력사용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여 시 주석을 긴장시키고 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에서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사드 배치는 더욱 명분을 얻어 가고 있다. 중국이 주권국가의 방어용 무기에 보복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여론도 좋지 않다.  
 
 G2 대국의 하나인 중국은 대국답게 관련국과 통 큰 협상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한국에 대한 일방적 경제 보복으로 한중 양국민의 감정의 골이 더 깊기 전에 출구전략을 찾아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수교 25주년을 맞는 한중 양국은 미래지향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것만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속에 살아 나가는 길임을 깨닫게 하여 사드가 필요 없는 한반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한중투자교역협회자문대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