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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 봄기운" 이라는데?

중앙일보 2017.04.19 17:41
 “최근 우리 경제에 봄 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우리 경제 봄기운" 발언
수출 는 건 맞지만 반도체.석유만 잘나가
가동률 절반도 안되는 좀비 기업 수두룩
"하반기 돼야 소비 심리 살아날 가능성"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 부총리는 “1분기 성장이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지표도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모습”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 훈풍’에 기댄 낙관이다. 하지만 수출 성장세가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이어지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출 통계만 보면 봄기운이 완연한 건 사실이다. 수출금액은 다섯달 연속 늘었다.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이다. 반도체ㆍ석유화학 업종은 특히 따뜻한 봄볕을 쬐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지난달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늘어난 75억 달러(8조55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금액(488억5000만 달러)의 15.4%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석유제품도 유가 상승 흐름 덕에 지난달 수출액(30억7743만 달러)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나 뛰었다.  
 
수출이 늘며 기업의 설비투자도 늘 거란 기대가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2.3% 줄어들었던 설비투자가 올해는 6.3%로 크게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몇몇 대기업이 2~3년 동안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란 기대다.
  
문제는 이런 봄바람이 산업계 구석구석까지 불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기업의 추격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몇몇 제조업은 2010년 이후 가동률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2010년 80.3%였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지난해 72.6%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설비투자 추이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조선업이나 전자부품ㆍ액정표시장치(LCD) 분야의 일부 제조업체에 대해 “사실상 ‘좀비기업’이 됐다”고 표현했다. 
 
이들 기업이 2010년 이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그만큼 일감을 얻지 못해 사실상 공장을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대희 KDI 연구원은 “가동률이 낮은 몇몇 업종은 지난해 기준 가동률이 45%에 불과하다”며 “최근 기업의 설비투자가 다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반도체 분야의 투자 개선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제조업 불황은 장기적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의 변수까지 겹쳐 기업들은 더 허덕이고 있어서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3월보다 52.2% 줄어든 7만여 대에 그쳤다. 미국 시장서도 세단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70년대에 집중투자한 중후장대 산업이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선 것”이라며 “반도체 호황에 가려 이들 산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 증대가 소비 시장에까지 ‘낙수 효과’를 뿌리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산업이 전형적인 장치 산업이라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좋아지려면 고용 시장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국민들이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수출세가 지속된다 해도 하반기쯤 돼야 소비 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소비 시장은 아직 한겨울이다. 최근 봄 정기세일을 시작한 백화점들은 울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세일 기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현대백화점은 2.1%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세일보다 3.2% 매출이 늘긴 했지만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7.8%)의 반토막 수준이다.  
 
자영업 경기는 더 심각하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5만 명으로 1년 전 같은기간보다 1만6000명(11.7%) 늘었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회사 같은 사업체에서 돈을 안받고 일해주는 사람이 이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는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이 늘고 취직 못한 남성이 많아 생긴 현상이란 분석이다.
 
다만 대선(5월 9일) 이후까지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 소비 심리가 다소 살아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기대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소비 시장 위축에는 어수선한 정치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며 “수출 경기가 하반기까지 회복세를 보이고 대선 이후 조기 추경 편성 등의 논의가 나오면 소비 심리가 확실히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미진ㆍ성화선 기자 mijin@joongang.co.kr
 
 
두 자릿수 성장 1분기 수출, 반도체ㆍ석유가 주도
 수출금액(단위:   달러)수출증감률(단위:   %) 
전체1323억3219만14.9
반도체202억1581만44.7
자동차102억6163만3.0
석유제품87억7164만68.1
선박해양구조물및부품70억4201만-11.4
평판디스플레이및센서66억9446만19.6
자동차부품61억9949만0.8
무선통신기기56억6697만-21.9
합성수지49억8411만19.4
철강판44억1098만22.3
플라스틱 제품21억4010만9.2
자료: 한국무역협회
 
 
[뒷걸음질친 백화점 봄 정기세일 실적]
업체지난해 매출 신장율(%)올해 매출 신장율(%)
롯데백화점4.3-2.4
현대백화점3.1-2.1
신세계백화점7.83.2
갤러리아백화점2-2
AK플라자61.1

                                                     자료: 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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