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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슬픈 장애인의 날,"아파도 돈없어서 병원 못 가요"

중앙일보 2017.04.19 17:26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2층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지적장애인 소아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오른쪽 유니트체어에 지적장애인 박모씨가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서울 노원구에서 치과 진료를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동생의 차를 타고 1시간 걸려 이곳으로 왔다. 박정렬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2층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지적장애인 소아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오른쪽 유니트체어에 지적장애인 박모씨가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박씨는 서울 노원구에서 치과 진료를 받을 곳이마땅치 않아 동생의차를 타고 1시간 걸려 이곳으로왔다. 박정렬 기자

 19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의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2층 진료실. 지적장애 3급 장애인 박모(64·서울 노원구)씨가 무표정함 속에 두려움이 섞인 얼굴로 진료용 의자(유니트 체어)에 앉았다. 남선회 진료부장이 박씨의 치아를 확인하고 신경치료를 시작했다.  
 박씨는 아랫니가 두 개밖에 없다. 지난달 앞니 5개, 어금니 1개를 뺐다. 뿌리에 치주염이 심한 탓에 이가 흔들려서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료비 부담에다 장애인을 진료해주는 치과를 찾지 못해 이런 상태까지 왔다.  

20일은 제 37회 장애인의 날
재난적 의료비 비장애인의 두배

지적장애 치료에 1억원 쓰고
아버지 노동일 수입 절반 병원비로

고혈압 뇌졸중 등 2차 질병도 많아
치매는 비장애인의 2.4배, 충치 2.8배

장애인 진료 가능한 치과는 3% 불과
종로구 병원 8%만 장애인접근 가능


 박씨는 동생의 자동차로 한 시간 걸려 이 병원까지 왔다. 동생(62)은 "형이 5년 동안 치과에 거의 간 적이 없다"며 "장애인치과병원 의료진이 장애인 진료에 전문성이 있는 데다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 환자가 많아 형이 진료받는데 편안해 한다"고 말했다. 남 부장은 "장애인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치과 진료를 미루다 병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우리 병원을 찾은 장애인은 7000여명으로 이는 서울시 등록 장애인의 1.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일은 제 37회 장애인의 날이다. 그간 장애수당 등을 만들어 복지 투자를 늘리긴 했지만, 장애인의 건강권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충북대 의대 박종혁(예방의학) 교수의 '중증 장애인 의료보장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의료비가 소득의 20% 이상 차지)에 시달리는 장애인 가구는 21.7%로 비장애인(10.4%)의 2.1배에 달한다. 의료비가 가구소득의 40%가 넘는 경우도 장애인이 8.9%로 비장애인(3.3%)의 2.7배다.
 또 박 교수가 건강보험공단 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은 장애인은 0.74%로 비장애인(0.31%)의 두 배가 넘었다. 고혈압은 1.4배, 당뇨병은 1.2배, 치매는 2.4배, 허혈성 뇌졸중은 2.8배, 충치는 4.3배, 골절은 1.5배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료비 10만원 없어 진료 포기 
지적장애 2급 아들(25)을 둔 어머니는 "아이의 발달이 늦어 전국을 돌며 검진을 받았다. 유명한 데는 다 갔다. 애한테 좋다는 치료는 다 했다. 의과 치료뿐만 아니라 침·뜸 등 한방치료까지 한 해 본 게 없다. 모든 비용을 아이에게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1억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시각장애 1급 여성(39)은 "시력을 잃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20대에도 병원을 꾸준히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쳤고 재활치료를 포기했다"며 "그동안 1억원 가량 의료비를 썼다"고 말했다.
 1급 뇌병변장애인 남성(47)은 치료비 때문에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작고)가 막노동을 해서 번 돈의 절반을 근골격·관절 치료, 통증치료에 썼다. 학습도구 비용, 관절수술·경추수술 등 2차 장애 보장용구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는 "항상 통증이 있고 정말 참기 어려울 때만 병원에 가는데 치료비·교통비에 10만원이 든다"며 "소득이 많지 않아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갈만한 병원이 없다
박종혁 교수팀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160개 의료기관의 장애인 접근성을 조사했더니 주출입구에서 진료실까지 접근에 문제가 없는 곳은 13개(8.1%)에 불과했다. 주출입구에 문턱이 높거나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데가 가장 많았다. 
서울 종로구의 피부과, 이비인후과의원이 들어 있는 한 건물의 출입구. 계단만 있을 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종로구내 의료기관 160개 중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드나들 수 있는 곳은 13개에 불과하다. 박정렬 기자  

서울 종로구의 피부과, 이비인후과의원이 들어 있는 한 건물의 출입구. 계단만 있을 뿐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다.종로구내 의료기관 160개 중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드나들 수 있는 곳은13개에 불과하다. 박정렬 기자

 또 스마일재단 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7000여개의 치과병의원 가운데 장애인을 진료할 수 있는 곳은 3%인 441개에 불과했다.  
 박 교수는 "장애인 가구의 소득이 비장애인보다 적어 진료를 덜 받고, 병이 커지고, 일을 더 못하게 되고, 소득이 줄게 돼 다시 병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장애인에 대한 의료비 본인부담 경감제를 소아에서 성인으로 확대하고,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도 강화하되 이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증장애 재활치료 바우처(이용권) 한도액 상향 조정 ^의료기관에 전문수화통역사 배치 ^지역사회 내에 재활전문병의원 구축 등을 제안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박정렬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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