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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아닌 인도양에 있었던 칼빈슨함…왜?

중앙일보 2017.04.19 16:44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향했다는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함(CVN 70)이 당초 발표와 달리 현재 호주 인근 해역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항모는 오는 26~27일쯤에야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칼빈슨함이 이끄는 제1항모강습단(CSG)은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서 머물고 있다. 제1항모강습단은 인근 해역에서 호주 해군과 합동 훈련을 막 마친 상태다. AFP통신은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데이빗 벤험 대변인(해군 중령)은 같은 날 “칼빈슨 항모강습단은 현재 서부 태평양을 향해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항모강습단 사령관인 짐 킬비 제독(해군 준장)도 부대 페이스북 계정에 “장병들이여, 우리 (칼빈슨호의) 배치가 30일 연장됐으며, 이는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지속적인 현존(persisteent presence)를 위해서다"라며 “우리 임무는 인도양ㆍ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굳건한 공약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공식 발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지난 8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에 배치된 칼빈슨함을 북쪽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며 “이는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실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기자들에게 “칼빈슨함이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중”이라고 말했고,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북한에 아주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빈슨함의 진로가 잘못 알려진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과 미 해군간의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실수였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사령관이 칼빈슨함의 한반도 인근 해역 배치를 당초 계획보다 너무 앞서 발표했고, 이런 사실을 모른 매티스 장관이 “북상중”이라는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인도양에서 예정돼 있던 칼빈슨함과 호주군의 작전이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칼빈슨함은 예정대로 호주군과의 훈련을 마친 뒤 나중에 한반도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훈련을 취소하고 당장 이동하는 것처럼 전혀 다르게 발표된 것이다.
 
군 당국은 칼빈슨함이 언론에 보도된 시점보다 늦게 온다는 사실을 미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연합훈련 일정을 미 해군 측과 조율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략 칼빈슨함이 언제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칼빈슨함의 최고 속도는 30노트(시속 약 55㎞)인데 26~27일쯤이면 칼빈슨함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칼빈슨함은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훈련을 벌일 계획이다. 결국 군 당국의 설명대로라면 칼빈슨함의 한반도 배치 시점을 정확히 알면서도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는 것을 미측과 함께 방치한 셈이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칼빈슨함이 우리 해군과 합동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전략자산의 작전운용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항모의 주인인 미군측도 가만히 있는 사항인데 주인도 아닌 우리가 먼저 (사실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칼빈슨함의 진로 관련 논란이 단순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푸단(復旦)대학 한반도연구센터의 차이지안(蔡建) 교수는 “미국에 의한 정교한 심리전 또는 허세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로스 배비지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칼빈슨함의 한반도 배치 이전에 중국에 약간의 시간을 줘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경위야 어찌 됐든 미국은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 전후로 예상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략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칼빈슨함 배치 이후 급속하게 확산된 한반도 '4월 위기설'와 관련, 외신 보도가 지나치게 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 지국장을 지낸 에반 람스타트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상황을 보도하는 미국의 보도는 광포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질이 낮았다"며 "기자들이 자료를 보고 보도하는 게 아니라 지난 3월부터 똑같은 설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전수진ㆍ이기준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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