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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SNS 다음은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

중앙일보 2017.04.19 16:40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터치’를 조작해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VR 속 친구에게 새 아파트의 모습을 360도 영상으로 보여주고,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지 상의한다. 다른 친구를 VR로 불러들여 가상 놀이공원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열고, 가상의 셀카봉을 이용해 세 명의 아바타가 함께 사진도 찍는다.
 

VR에서 친구와 생일파티ㆍ셀카, 스마트폰으로 증강현실(AR) 구현도

페이스북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F8’에서 시연한 ‘페이스북 스페이시스’의 주요 기능이다. 레이철 프랭클린 소셜 VR 부문 총괄은 “VR을 통해 자신의 경험ㆍ느낌ㆍ생각ㆍ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이 VR과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과녁을 정조준했다. SNSㆍ메신저 같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페이스북 스페이시스에서 이용자들은 영상 통화로 우주ㆍ해변 등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VR 영상을 공유한다. 양손에 쥐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VR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체스ㆍ카드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사실감도 극대화했다. 비록 VR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이스북 친구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 셈이다.  
'페이스북 스페이스'에서 이용자들이 가상의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 스페이스'에서 이용자들이 가상의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페이스북]

F8에서 선보인 VR에는 각종 콘텐트를 현실 세계에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까지 포함한다. 예컨대 ‘AR 스튜디오’는 스마트폰으로 현실 공간을 게임장으로 바꿀 수 있다. 카메라에 비친 탁자ㆍ바닥ㆍ벽면 같은 현실 공간 위에 AR 영상을 띄운 뒤 허공에 손짓하는 식으로 AR 영상을 움직이는 식이다. 커피잔을 촬영한 뒤 커피에서 김이 나오게 하거나 물고기들이 주변에서 헤엄치는 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별도의 AR기기가 없어도 누구나 AR을 구현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카메라가 AR의 주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관련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개발자 서클'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VR을 통해 새로운 소셜 경험을 얻게 됐고, AR을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 가져왔다”며 “페이스북이 ARㆍVR에 올인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페이스북이 VRㆍAR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까닭은 사진ㆍ동영상에 이어 VRㆍAR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VRㆍAR 콘텐트를 공유하고 이를 쉽게 생산ㆍ소비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게 저커버그의 구상이다.
 
저커버그는 “이젠 우리가 실제로 보는 것들이 물리적일 필요가 없게 됐다”며 “VRㆍAR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새 방식이 될 것이며, 페이스북은 (이를 위한) 플랫폼을 공개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AR 관련 스타트업 MSQRD를 지난해말 인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VR 부문에서 인수해 페이스북 서비스의 핵으로 자리잡은 오큘러스와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R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에 비친 현실공간에 AR을 구현할 수 있다. [사진=페이스북]

'AR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에 비친 현실공간에 AR을 구현할 수 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였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새 기능을 활용하면 친구와 대화 중 AI에 말을 걸어 함께 원하는 노래를 듣고, AI에게 저녁 메뉴 등을 추천받은 뒤 주문ㆍ결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식당 간판에 카메라를 대고 가격ㆍ평가를 확인하는 서비스, 챗봇을 통해 날씨ㆍ교통상황을 안내받는 서비스, 각종 송금 서비스 등도 있다. 페이스북의 AI는 2012년에는 '사진 속에 사람이 있다' 정도를 알아냈지만 이제는 사람뿐 아니라 사진 속 사물ㆍ동물이 무엇이고 위치ㆍ크기까지 정확히 인지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이는 인터넷 기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융합 서비스 발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의 월이용자 수는 약 9억명이며 약 5000만 개 기업에게 챗봇을 제공할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예약ㆍ결제서비스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로 사업영역이 확장한다. 긱와이어는 ”페이스북이 메신저 업데이트를 통해 생활정보 안내지가 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저커버그는 이날 최근 70대 행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한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폭력적인 콘텐트를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다. 용의자인 스티브 스티븐스(37)는 경찰의 추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새너제이=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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