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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증인 송수근 차관, "문체부가 김기춘에 찍혔다"

중앙일보 2017.04.19 14:40
‘블랙리스트’ 보고서를 만든 송수근(56)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장관 직무대행)이 법정에서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찍혀서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기춘 조윤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블랙리스트 탄생 배경 진술
"김종덕 장관이 김기춘에 질책받고 만든 게 건전콘텐츠 TF"
"다이빙벨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유로 담당자들 부당 징계"
본지 인터뷰서 "철학도 소신도 없는 김기춘 무서워 벌벌 떤 건 후회"

송 차관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시절 ‘건전 콘텐츠 활성화 태스크포스(TF)’(이하 TF)를 만들어 '블랙리스트' 집행 현황을 김종덕 전 장관을 통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지난 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김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는데 그럼 저희가 유령 지시를 받은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송 차관은 19일 ‘블랙리스트’ 재판의 증인으로 증언대에 섰다. 한때 그의 ‘지휘자’였던 김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피고인석에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송 차관은 또박또박 증언을 이어갔다. 
 
송 차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관여한 사실이 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그는 TF 구성 배경에 대해 “2014년 10월 말 김종덕 장관이 김 비서실장으로부터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사업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이 되고 있다고 질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TF를 운영하며 문체부가 김 비서실장에게 찍혀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처음 회의를 소집할 때, 김 실장으로부터 저희 부처가 질책 받은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시 피해를 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TF 회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다이빙 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됐다는 이유 때문에 콘텐츠정책관·영상콘텐츠사업과장·사무관 등이 징계를 받게 된 과정의 부당성도 지적했다. 
송 차관은 “징계 근거가 없으니 구두 경고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김종덕 장관이 반드시 징계를 하라고 해서 모두 징계를 받게 됐다”면서 “운영지원과장이 징계 사유를 뭘로 할지 매우 고민하다가 결국 품위 훼손 등 두루뭉술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윤선 전 장관이 이른바 ‘방어 답변’을 하기 위해 새누리당 측에 미리 준비된 질문을 요청한 의혹이 있는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의 보좌관이 송 차관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당 측에는 블랙리스트 등 지원받은 명단과 금액 및 재단 직원 실제 연봉 등 자료 챙겨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저희는 빠지고 당을 움직이려구요”라고 적혀 있었다. 송 차관은 자료들을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였던 염동열 의원에게 보냈다. 블랙리스트에 대해 야당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사람 중에서도 지원 받은 사례가 있다”고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 송 차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반정부적 공연들에 대해 정부지원금을 끊고 싶다는 것이 자신의 철학이었다면 정당하게 의사를 공개했어야지 이렇게 한 부처에 개인적으로 지시를 내려 처리한 것은 비겁한 일이다. 이렇게 철학도 소신도 없는 비겁한 사람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니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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