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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배나 많은 미세먼지..고속도로 통행료 부스 측정해보니

중앙일보 2017.04.19 13:46
지난 13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한국도로공사 직원 등 10여 명이 모였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톨케이트의 통행료 수납원들이 마스크조차 쓰지 못한다는 본지 기사(4월10일 12면) 이후 통행료 수납원의 근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공기질 측정은 대한산업보건협회가 맡았다.
 

톨게이트 요금수납부스 안 공기질 심각
환경부 발표 기준으로 ㎥당 500㎍수준

미세먼지 경보기준인 300㎍ 훨씬 초과
당시 주변 지역 평균 76㎍의 7배 넘어

수납부스 시설 개선 등 특단 대책 시급
도로공사, "법 위반 아니지만 대책 마련 중"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고속도로, 터널 톨게이트 근무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하고 있어 건강문제가 생길 것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의왕 톨게이트 근무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고속도로, 터널 톨게이트 근무자는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하고 있어 건강문제가 생길 것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의왕 톨게이트 근무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톨게이트 영업소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요금수납 부스로 연결되는 긴 통로가 나왔다. 실태조사단은 요금수납원이 근무하는 환경 그대로의 상태에서 요금수납 부스의 공기질을 측정하기 위해 13개의 부스 중 임의로 한 개를 골라 수납원 의자 뒤쪽에 측정장치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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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로 가는 지하 통로. 요금 수납원은 이 통로를 이용해 톨게이트 사무실과 수납 부스를 오간다. 함종선 기자

서울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로 가는 지하 통로. 요금 수납원은 이 통로를 이용해 톨게이트 사무실과 수납 부스를 오간다. 함종선 기자

  부스 안에는 냉난방과 공기정화기능이 함께 있는 공조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수납원은 공조기를 끄고 있었다. 수납원은 "시끄럽고 실내가 건조해져서 아주 덥거나 추울 때 아니고는 켜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공조기에 공기정화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고 했다. 마스크도 물론 쓰지 않고 있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소속 측정기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 안에 측정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대한산업보건협회 소속 측정기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 안에 측정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본지 기사가 나간 바로 다음날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전국의 모든 도로공사 협력 톨게이트에 공조기 사용과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현장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던 것이다. 
 
  부스에서 30분 가량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는 PM4 기준으로 ㎥당 34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나왔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동종인 교수는 “PM4 기준 ㎥당 345㎍은 환경부에서 발표하는 미세먼지 농도 기준인 PM10으로 환산했을 때 ㎥당 500㎍정도에 해당한다”며 “PM10기준으로 150㎍을 넘으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고, 300㎍를 초과하면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것을 감안할 때 경보 수준보다도 크게 높은 미세먼지 농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톨게이트가 있는 성남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67㎍/㎥로 양호한 상태였다. 그러나 톨게이트 요금 수납부스 안의 미세먼지 농도는 인근 지역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보다 7배 가량이나 높은 셈이었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 이하이면 PM10, 지름이 4㎛ 이하이면 PM4, 2.5㎛ 이하이면 PM2.5 등으로 나뉘는데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사람의 몸에 끼치는 악영향은 더 커진다.  
 
 인하대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당 500㎍이면 요금 수납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공기질 개선 대책이 시급하고, 요금 수납원의 건강상태를 꾸준히 파악하기 위해 폐부분에 대한 특수건강검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국토부 공무원 등을 포함한 요금 수납부스 실태조사단이 수납 부스를 살피고 있다. 함종선 기자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국토부 공무원 등을 포함한 요금 수납부스 실태조사단이 수납 부스를 살피고 있다. 함종선 기자

 
 판교 톨게이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PM4 기준으로 286㎍/㎥가 나왔다. 인근 서울 톨게이트보다는 다소 낮은 농도였다. 그런데 인위적인 변수가 있었다. 검사 직전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한 요금 수납원은 “도로공사 등에서 검사를 나온다고 해서 수납부스 안팎을 청소했다”고 말했다. 청소를 하면 미세먼지 농도는 조금 낮아진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의 공기질에 대한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측정 결과. 법에서 정한 기준치를 벗어나는 항목은 없지만 기준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함종선 기자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의 공기질에 대한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측정 결과. 법에서 정한 기준치를 벗어나는 항목은 없지만 기준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함종선 기자

  현장을 조사한 국토부 도로운영과 김남일 사무관은 “요금 수납원을 면접 조사한 결과 요금 수납 부스 안에 공기 정화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요금 수납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전체 수납원에 대한 안내 교육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 이성훈 도로운영과장은 “수납부스 안에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에어커튼이 있지만, 바람이 직접 수납원의 얼굴에 부는탓에 머리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수납원이 에어커튼을 꺼 놓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단 에어커튼 송풍구 방향을 조절하게 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수납원의 건강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공조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 실태조사단이 개선책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공조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부스 실태조사단이 개선책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이정원 영업운영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에 따른 작업장의 미세먼지 기준은 ㎥당 2000㎍이기 때문에 이번에 측정된 미세먼지가 법 규정을 초과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법 규정 이내이더라도 수납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요금소 근무자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에어커튼의 경우 송풍 방향 개선 작업을 이달 중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조기 사용방법을 요금 수납원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요금수납 부스 안에 공조기 사용 안내문도 부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요금 수납원의 건강을 위해 폐활량 검사를 포함한 특수건강검진도 의무화할 계획이다.  
 
  전국의 톨게이트는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일반고속도로와 경춘고속도로 등 민간회사들이 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 그리고 서울 남산1·3호 터널, 서울 우면산 터널 등이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420여 곳에만 통행료 수납원 8000명이 근무 중이며 대부분 여성이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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