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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데스밸리’ 속 우수기업 살려야 일자리 늘어

중앙일보 2017.04.19 13:40 경제 8면 지면보기
김규옥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김규옥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미국 서부에 위치한 데스밸리는 광대한 사막 지역으로 온도가 55℃에 이르는 죽음의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1000여종의 식물이 번식하고 코요테, 방울뱀과 같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하니 대단한 일이다. 우리 주변에도 데스밸리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가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때가 많다.
 
바야흐로 봄은 왔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봄 향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청춘이 부지기수다. 더구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제대로 된 대책을 못 찾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계열사 신설과 공장증설 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던 과거 방식의 성장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사업장의 해외이전으로 고용을 줄이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기업에 근무했던 기술경력자나, 실패한 사업가가 재기하여 만든 기술기반의 창업기업이 그나마 좋은 일자리의 새로운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를 보면 매년 기술 창업기업에서 만들어 내는 일자리가 30만 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렵게 창업한 기업들이 몇 년 가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청년들은 창업을 기피하고 부모들도 창업을 말리는 실정이다. 창업 후 5년 이내, 소위 데스밸리 기간까지의 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46%인데 반해 우리는 3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도움까지 받아 탄생한 기업이 데스밸리를 건너다가 실패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서 안타깝다.
 
이들 기업은 제품 판매단계에 진입하였으나 초기 자금 부족으로 인해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 중 기술력이 있어서 앞으로 제대로 생존할 수 있는 업체를 골라내서 과감하게 지원한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마치 출산율 뿐만 아니라 유아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좋은 인구대책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기술보증기금은 56만 건 이상의 기술평가를 수행하면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춘 기술금융전문기관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전체 인원의 절반이 이공계이며 그중 3분의 1은 박사들로 구성되어, 일반 금융기관이나 벤처캐피탈 보다 월등히 우수한 기술평가 역량을 갖추고 있다.
 
매년 정부는 청년인턴과 같은 직접 일자리사업에 약 2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런 일자리는 예산이 지원되는 기간 동안에만 지속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데스밸리 속에서 죽어가는 우수한 기술기업을 살린다면 이보다 훨씬 좋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기보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10배를 기업에게 보증해 주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필자의 추산으로는 정부가 기보에 1조원을 투입하면 창업기업에게 10조원을 지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매년 1만 개 기업의 폐업을 방지하여 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갈 창업기업을 골라서 지원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청년 실업과 미래 대비를 위한 대책으로 이에 대한 정책적인 토론을 기대해 본다.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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