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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베이비부머 자산 1000조원에 고령사회 해법 있다

중앙일보 2017.04.19 13:29 경제 8면 지면보기
김경록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일자리, 4차 산업혁명, 고령화라는 도전을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인 방법은 투자에 있다.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나오고, 투자를 해야 신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투자를 해야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90년대 ‘벤처 버블’ 후유증 컸지만
그 때의 투자가 IT인프라 끌어올려
축적 자산 잠재력 큰 곳에 배분하게
금융이 씨 뿌릴 밭 찾는 역할 해야

일본의 장기 저성장은 고령화에 기인한 것이어서 우리나라도 곧 이 길을 밟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인구 패배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 일본은 고령화 문제보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기술 변화에 뒤처진 요인이 컸다. 일본 유수의 전자 회사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세계 IT시장에서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투자의 위험이 크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투자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를 반드시 준다.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 없지만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기술이 경제 동력이 된다.
 
우리나라의 90년대 후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이 안 되는 환경에서 창업 열풍이 불고 벤처기업 주가 버블이 있었던 시기였다. 투자 실패도 많아서 버블의 후유증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의 투자가 우리나라 IT 인프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놨다.
 
투자라는 씨앗을 심기 위해서는 베이비부머들이 축적한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공·사적 연금이 1000조원이다. 최근 2년 동안 150조원이 증가했고 향후 20~30년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을 통해 이들 자산을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투자는 우리나라의 혁신적 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집중돼야 한다. 혁신적 기업의 투자가 성과를 맺어 성장으로 이어지면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도 좋아진다.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 모두 상생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의 인프라를 잘 갖추어 놓아야 한다.
 
첫째, 금융시스템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축적된 자산은 자본시장을 통해서 투자로 연결된다. 은행산업이 커지면서 가계부채만 1340조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6년 만에 500조원이나 증가했음을 주목하자.
 
둘째,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기업이 고속성장을 했지만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그만한 과실을 향유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물론 주식으로 부를 이룬 사람도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안 한다고 탓만 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위험에 상응하는 수익이 돌아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등을 투명하게 해 기업 이익이 투자자에게 잘 돌아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축적된 금융자산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곳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1976년에 출간된 『보이지 않는 혁명』이란 책에서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연금사회가 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연금사회는 수탁자 의무로 인해 연금자산을 안전한 대기업에만 투자하기 쉽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시장에 이러한 세심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투자회사는 일반 사람들에게만 투자를 종용할 게 아니라 스스로 투자를 하고 시장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시장이 잘 조성돼 있으면 일반 투자자의 돈도 몰린다. 상장주식이나 기업공개 시장만이 아니라 기업공개전(pre IPO) 시장에서 직접 투자를 하고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도 해 주어야 한다.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이 80년대에 정크본드 시장에 투자하고 시장 조성을 하면서 미국의 고수익채권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 비록 본인은 내부자거래로 감옥에 가게 되었지만, 그가 키운 고수익채권시장은 여전히 미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 DNA는 살아 있다. 투자에는 금융이 따라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은행을 통해 저축을 활용해 필요 자금을 동원했다. 이제는 축적된 자산이 자본시장을 통해 모세혈관처럼 기업들의 투자로 연결되어야 한다.
 
씨앗은 많다. 씨를 뿌릴 좋은 밭을 찾는 역할을 금융시장이 해 주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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