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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앓는 아이들의 절절한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중앙일보 2017.04.19 11:10
# 2015년 9월 2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열린 퍼레이드에 귀여운 꼬마 공주가 등장했다. 분홍색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공주는 퍼레이드카에 올라 웃으며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꼬마 공주의 이름은 김연우(당시 5세)양. 연우양은 생후 21개월 때 난소암이 발견돼 여러 차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연우양은 공주가 돼 사람들과 파티도 열고 멋진 왕자님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늘 갖고 있었다. 연우양은 이날 비로소 소원을 이뤘다.
 

공주되고 싶어요·시구하고 싶어요…
난치병 앓는 아동들 소원 들어주는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이 이룬 소원들

# 지난해 9월 22일 대구 수성구 라이온즈파크에선 특별한 시구 행사가 열렸다. 자그마한 체구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선수는 김찬수(당시 10세)군이었다. 삼성 김상수 선수를 좋아해 등번호 7번을 달고 나선 찬수군은 자신 있게 공을 던졌고 시타에 나선 SK와이번즈 헥터 고메즈 선수는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2012년부터 근육암을 앓게 된 찬수군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찬수군은 지금 운동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2015년 9월 2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열린 퍼레이드에 김연우양이 공주로 변신해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재단]

2015년 9월 22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열린 퍼레이드에 김연우양이 공주로 변신해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재단]

 
연우양이나 찬수군처럼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소원을 갖고 있다.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 '연예인을 만나고 싶어요' '드론을 갖고 싶어요' 등 그 종류도 천차만별. 하지만 쉽게 외출을 하기 힘든 난치병 아동들은 건강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이크 어 위시(Make-A-Wish)' 재단(이하 재단)이 설립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투병하고 있는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다. 재단 설립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7년 백혈병 판정을 받은 크리스토퍼는 힘든 투병을 하면서도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았다. 80년 4월 크리스토퍼는 미국 애리조나 경찰국의 도움으로 명예 경찰관이 됐다. '이웃집 경찰 아저씨' 프랭크와 함께 고속도로 순찰도 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크리스토퍼는 "엄마, 난 이제 진짜 경찰이야. 그러니까 내가 영원히 엄마를 지켜줄게"란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토퍼의 어머니인 린다와 프랭크는 이후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재단을 설립했다.
지난해 9월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김찬수군이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재단]

지난해 9월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김찬수군이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재단]

 
재단은 현재 5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4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41만5000명 이상의 소원을 이뤄줬다. 2002년 26번째로 설립된 한국지부에선 17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지금까지 3500명이 넘는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줬다. 올해도 380명의 소원을 이뤄줄 계획이다. 가장 최근엔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심규휘(15)군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대구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을 찾아 전투기 탑승 체험, 명예 파일럿 임명식을 하기도 했다. 당시 심군은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게 꿈이었는데 전투기를 탈 수 있어서 좋았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은 어떤 효과를 발휘할까. 재단 측은 난치병 아동들이 소원을 이루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고 강조한다. 재단이 2011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설문에 응한 의학 전문가들 중 89%가 "소원을 성취한 아동들이 신체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난치병 아동 가족들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해졌다"(97%), "소원 성치로 가족관계가 강화됐다"(96%), "아이가 치료에 대한 의지가 높아졌다"(81%)고 했다. 특히 가족 99%가 "아이가 소원 성취 후 더욱 행복을 느꼈다"고 답했다.
지난 3일 대구 공군 제11전투비행장에서 심규휘군이 공군 관계자로부터 F-15K 전투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난 3일 대구 공군 제11전투비행장에서 심규휘군이 공군 관계자로부터 F-15K 전투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난해 4월 29일 '자전거를 타고 경륜장을 달리고 싶다'는 소원을 성취한 도윤재(당시 19세·백혈병)군은 "오랜 시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근육에 힘이 없었는데 소원을 이루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아가며 재활치료를 했다. 마침내 동네 한 바퀴를 달렸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내가 소원을 이룬 것처럼 언젠가는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재단 윤홍섭 이사장은 "소원은 아주 특별한 힘이 있다. 앞으로도 소원 성취를 통해 난치병 아동에게 희망과 용기, 기쁨을 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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