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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경북도청, 칼퇴근 해도 일은 제대로 해야

중앙일보 2017.04.19 03:32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윤호내셔널부 기자

김윤호내셔널부 기자

수년전까지 일부에선 시청·도청 등 관공서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비꼬아 불렀다. 업무의 잘함과 못함, 일의 효율과 비효율을 따지지 않고 철로 만든 밥통처럼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밥통엔 이런 뒷말이 따라 붙었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꼬박꼬박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고, 꼬박꼬박 정년까지 일하고, 꼬박꼬박 퇴직금에 연금까지 받고-.’ 물론 눈치만 보며 맡은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 공무원이라는 전제가 달린 상태에서다. 
 
철밥통이라는 불편한 말 때문일까. 최근 도청 등 관공서를 밤에 찾아가보면 불 켜진 사무실이 여럿이다. 6시 정시 퇴근 자체를 아예 보기 어렵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더 이상 ‘꼬박꼬박’ 논리가 적용되는 게 아닌 분위기다. 40대 대구시청 공무원은 “부서 팀장 격인 사무관부터 정시 퇴근을 하지 않는데 어찌 집에 가겠느냐. 일도 많지만 눈치를 좀 봐야하는 것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50대 경북도청 사무관은 “상급자들이 ‘철밥통=칼퇴근’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와 달리 창의력을 발휘해 사업 계획서를 만드는 등 공무원이 해야할 새로운 형태의 업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청이 이제 ‘칼퇴근’을 좀 하겠다고 나섰다. ‘저녁이 있는 삶의 날’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다. 일주일에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무조건 오후 6시 정시 퇴근한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가정을 돌보거나 공무원들끼리 취미활동을 하도록 했다. 퇴근 눈치를 보지 않도록 퇴근 분위기 조성 계획도 만들었다. 축구·족구·테니스 같은 취미클럽 친선 리그전을 열고 인문학·건강·재테크 등 이색 강좌를 수요일과 금요일 개최한다. 무비데이라고 영화보는 날까지 따로 만들었다. 최근 야근이 유독 많은 인사혁신처 등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금요일 오후 4시 퇴근, 9시간 이상 휴식 같은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분명 적절한 휴식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철밥통 소리에 눈치보며 늦게까지 불만 켜둔다면 그 자체도 세금낭비가 맞다. 결국 이런들 저런들 원점으로 다시 ‘칼퇴근’ 공무원들을 만날 때란 이야기 아닌가. 분위기를 타고 일부 공무원의 ‘꼬박꼬박’이 되살아나진 말았으면 한다.
 
김윤호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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