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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의문의 땅꺼짐 현상 원인 놓고 “폭우로 지반유실” vs “난개발 후유증”

중앙일보 2017.04.19 03:31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해 쏟아진 폭우와 폭설 때문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북 울릉군)
 

울릉군, 자체·기관 조사 9회 실시
“마을 곳곳 축구장 8배 땅 내려앉아”
“개발따른 산사태로 발생한 땅밀림”
지반공학 연구 대학교수 대책 강조

“후유증을 생각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로 지표층이 아래로 미끌려 내려가는 것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달 15일 발생한 경북 울릉군 도동2리 ‘까끼등 마을’ 일대 땅 꺼짐 현상을 두고 지자체와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폭우·폭설로 지반이 약해져 땅이 내려앉는 것이라 주장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로 산사태가 촉진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18일 울릉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현황은 민가 7동, KBS 울릉중계소, 도로 500여m 구간, 성인봉 진입로 주차장 15m 정도가 균열·기울어짐 피해를 입었다. 마을 주민과 KBS 울릉중계소 직원 등 10여 명은 울릉콘도로 대피해 생활하고 있다.
 
울릉군은 지난해와 올해 기록적인 폭우·폭설이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진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땅꺼짐 현상 이후 울릉군은 자체 조사를 5차례, 한국지반공학회 등 전문기관 조사 4차례를 실시했다. 실제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까끼등 마을 일대 곳곳의 지반이 30~120㎝ 침하됐다. 땅이 내려앉은 면적만 축구장 8개 크기에 달하는 6만1000여㎡다.
 
울릉군 측은 지난해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내린 519㎜의 집중호우와 올해 1~2월 내린 176㎝의 폭설로 지표수가 지하로 침투, 지반 하층부가 유실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허원관 울릉군 안전관리과장은 “갑작스런 땅꺼짐 현상이 일어난 이후 지금은 지반 침하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면서 “지반에 고인 물을 빼내기 위해 시추 작업을 통해 배수공을 설치한 상태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정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분별한 개발 사업이 이 같은 현상을 불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산사태와 지반공학 분야를 30년 이상 연구해 온 이수곤 교수는 “무계획적인 개발에 따른 산사태로 발생한 ‘땅밀림(Landsliding)’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는 지표면에서 땅 꺼짐 현상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인데 울릉도는 이제 막 개발이 대대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최근 땅 꺼짐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작년 울릉도 곳곳에서 개발에 따른 후유증으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무작정 개발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에 따른 후유증을 고려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에 개발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울릉도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어서 지표층 아래가 거대한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비가 내리거나 지표층을 잘못 깎아낼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반공학회 관계자는 “까끼등 마을 일대도 지하 45m 정도에 암반이 있어 큰 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울릉군은 땅 꺼짐 현상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비닐을 씌워 빗물을 막고 있다. 이와 함께 지중경사계, 지반변이계 등 장치를 설치해 땅 꺼짐이 더 일어나는지도 살피고 있다. 이와 함께 울릉군은 이달 중 정밀안전진단용역에 착수해 지형분석, 기반암 심도분석, 현장시험 등을 거칠 계획이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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