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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홍·유·심 20대 자식 경험했는데…'4차원' 20대 표심은

중앙일보 2017.04.19 02:48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 겨울 20대의 경험은 강렬했다.
 

4차산업혁명보다 일자리 중시
20대 표심, 디테일에 있어
95%가 ‘페이퍼 스톤’ 던진다는데
부자가 세금 더 내야 한다면서도
일자리 줄까봐 누진세 강화 주저
“중소기업 육성 주장은 안 와닿아
일상의 짐 덜어줄 생활공약 필요”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이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촛불집회에선 자신이 참여해 사회가 변화한다는 힘을 느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뭐라고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설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20대 응답자는 31.7%였지만(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국정 농단 사태 이후인 지난 1월에는 이 비율이 69.7%였다. 이런 20대의 인식 변화는 다음달 9일 투표소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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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20대의 ‘페이퍼 스톤(Paper stone·투표를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은 모이고 있지만 그 조준점은 예측이 어렵다. ‘청년=진보’라는 통념은 설명력이 떨어졌다. 보수와 진보라는 1차원적 구분을 넘어선 것이다. “군 복무 시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나와 가족들이 느껴야 했던 불안과 염려” 때문에 북한을 적대적으로 생각하게 됐고, “고소득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자들이 돈을 더 써야 경제가 살아나고 내 일자리도 생길 것 같아서” 누진세 강화에 ‘중립’을 선택하는 식이다.
 
정치적 지형은 ‘입체적’이면서도 이들의 바람은 실생활적이고 현실적이다. 심층 설문 응답자들(50명)이 ‘30대에 바라는 내 모습’은 “준중형 자동차와 25평 전셋집(이모씨·24세)” “부부 합산 소득 월 500만~600만원,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자녀 양육이 가능한 삶(이모씨·25세)” 등이었다.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이념 성향에 따른 ‘당위’보다 정책의 섬세함과 실현 가능성을 주목하는 20대가 많다.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4차 산업혁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대선후보들의 어떤 정책 공약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4차 산업혁명을 고른 청년은 2명뿐이었다. 과반인 27명이 일자리를 가장 큰 관심사로 꼽았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보여주기식 일자리 늘리기만 이야기할 뿐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직장인 박모씨·29세)”는 지적이 나왔다.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조모(27)씨는 “대선 관련 뉴스나 토론회를 보면 후보들끼리 헐뜯는 장면만 계속 보게 된다. 유권자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선후보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청년 관련 정책에서는 ‘참신함’도 요구한다. “‘정부 주도냐 기업 주도냐, 중소기업을 육성하자’ 등의 공약은 와 닿지가 않는다”고 비판한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일상에서 삶의 짐을 덜어줄 만한 정책 공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탄핵정국을 겪었기 때문에 정치권은 오히려 거대 담론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20대가 바라는 다차원적 접근법 때문인지 다른 연령층의 대선후보 지지율과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9~29세(369명)에서 각각 9.8%, 6.5%의 지지율을 기록해 다른 연령대보다 최소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6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한국종합사회조사는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주관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실시하는 공익적 성격의 사회조사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해오다 2014년부터 2년 주기로 바뀌었다. 2016년에는 서울대 등 전국 36개 대학이 협력해 10월 초까지 4개월간 18세 이상 남녀 1052명을 대면조사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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