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재인 ‘고교 학점제’ 안철수 ‘학종 개선’ 높은 점수

중앙일보 2017.04.19 02:27 종합 8면 지면보기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생이 안심하고 공부하기 위한 획기적 대안이 없다.”
 

전문가 8인이 평가한 ‘교육 공약’
입시 간소화, 수능 자격고사화 등
대입 공약 엇비슷, 획기적 대안 없어
외고·자사고는 4명이 폐지·축소
홍준표, 학자금 무이자 대출 돋보여
유승민, 논술 폐지 등 골고루 우수
심상정, 특정 학년 토론형 수업 참신

주요 대선후보 5명의 교육 공약을 살펴본 교육 분야 전문가들은 ‘대학(대학생) 부문’ 공약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후보들의 대학 관련 공약이 ‘등록금 완화’ 등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유·초·중·고교 부문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학 입시와 특목고·자사고 등 고교 유형 정책 부문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여러 부문에서 골고루 선전했다.
 
중앙일보는 주요 대선후보 5명에게서 대학 입시, 유·초·중·고교 교육, 특목고 및 자사고 등 고교 유형, 대학, 교육부 개편 등 5개 부문의 교육 공약을 제공받았다. 이어서 교수, 교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 8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단이 각 공약의 타당성과 현실성, 참신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는 최상, 최하값을 제외하고 별 5개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대학 입시 공약은 대체로 비슷했다. 입시를 간소화한다거나,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공약에 포함된 작은 차이에 집중했다.
 
문재인 ‘학생부전형 정시 변경’ 평가 갈려
 
문재인 후보는 입시를 간소화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후보와 비슷하지만 학생부전형 모집 시기를 수시에서 정시로 옮기겠다는 공약에 대해선 전문가 간 의견이 갈리면서 낮게 평가됐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수시와 정시로 나뉜 입시제도의 문제를 인식한 참신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배영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총장은 “실익이 크지 않다. 학생부전형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방향을 타당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유 후보는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을 늘리고 논술을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정시모집 확대를 단호히 반대한 점이 눈에 띄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입시 제도 문제와 고교 교육 정상화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가장 뚜렷하고 정책 방향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후보들의 입시 공약에 구체성이 떨어져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입시 제도에 대한 철학이 엿보이지 않는다. 수능 자격고사화나 논술 폐지 등 정책이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후보들이 교육 현장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학 관련 공약은 다른 부문보다 평가 점수가 낮았다. 특히 ‘참신성’ 영역에서 보통(별 2.5개) 수준을 넘지 못할 정도로 새로운 정책이 없었다. 등록금 인하, 입학금 폐지 등 학생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들이 나왔지만 “선거 때마다 나온 낡은 공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학 정책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 방안이었다. 홍 후보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일정 소득을 얻기 전까지 학자금 대출을 무이자로 전환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대학생이 처한 어려움을 적절히 풀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란 평가를 했다. 하지만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현실적인 개선안이지만 재원 확보 방안이 없이는 선언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유·초·중·고교에 관해서는 후보마다 다양한 공약이 나왔다. 이 중 일부 공약은 참신하지만 구체적 계획이 없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후보가 제시한 ‘고교 학점제’(대학처럼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학생이 선택하는 제도) 공약과 ‘기회균등 선발 확대’는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영찬 DGIST 부총장은 “대학과 로스쿨 입시 등에 기회균등 선발을 확대해 저소득층 학생의 진학 문턱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각 학교가 특정 학년을 학급당 20명 이내로 구성해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는 ‘책임학년제’ 공약을 내놓아 높게 평가됐다.
 
안철수 ‘학제개편’ 참신한데 현실성 낮아
 
안 후보의 ‘초·중등 학제 개편’은 참신성이 돋보인다(별 3개)는 평가를 얻었다. 현재 6년(초등학교)-3년(중학교)-3년(고교)으로 되어 있는 학교 체제를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2년으로 학교 체제를 바꾼다는 정책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별 2개)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참신한 발상이지만 학제 개편으로 발생하는 혼란과 부작용, 비용을 고려하면 그러한 여력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등 고교 유형에 대해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축소 또는 폐지를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학교의 폐지와 축소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했지만 “강압적으로 정부가 폐지하려고 하면 갈등만 커진다”는 의견도 밝혔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선거 때마다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이 나오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학교 유형을 만들고 없애는 것은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후보들마다 교육부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심 후보의 방안을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교육부를 존치하지만 정책 집행기관 역할로만 한정하고, 신설하는 교육미래위원회에서 기획 기능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폐지’를 내세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방안에는 참신하다는 평가와 함께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병구 한국교총 연구지원본부장은 “장기적인 교육 정책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는 필요하지만 지역 간 편차가 큰 상황에서 정부 조직인 교육부가 사라지고 교육청에 정책을 맡기면 불평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만·남윤서 기자 sa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