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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야당 의원들과 자주 만나고 토론하는 ‘소통령’ 뽑자

중앙일보 2017.04.19 02:17 종합 12면 지면보기
이런 대통령 원한다
대선까지 20일 남았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는 바람직한 차기 대통령의 조건을 놓고 시민들과 토론하는 장을 마련했다. 촛불 시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진화한 국민의 ‘대통령관’을 알아보려는 취지였다. 20~60대 시민 10명과 정치분과 소속 전문가 7명이 각자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통령의 조건을 써 내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소통’과 ‘책임감’이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핵심 조건으로 집약됐다.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시민 토론회
새 대통령 조건 1·2위는 소통·책임감
오바마처럼 반대파 직접 설득해야
대선 때 공약 어기거나 거짓말하면
언제든 탄핵될 수 있다는 것 명심을
청와대 경호실만 480명 너무 비대
조직 개혁해 직권 남용 막아야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들과 시민 패널은 합동 토론회에서 바람직한 차기 대통령상으로 국민·야당과 소통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꼽았다. [박종근 기자]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들과 시민 패널은 합동 토론회에서 바람직한 차기 대통령상으로 국민·야당과 소통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꼽았다. [박종근 기자]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분과장·진행)=참석자들이 꼽은 새 대통령의 조건은 ‘소통하는 대통령’이 압도적이었다. 누구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
 
▶이세정(59·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경영기획실장)=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법안이 가로막히자 김무성·원유철 의원과 ‘소통’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과 소통했어야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 해방 반대파를, 오바마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 반대파를 직접 만나 설득했다. 대통령이 반대파에게 손을 내밀어야 그들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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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에선 오바마가 소통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3년 미 상원에서 총기규제법이 부결되자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은 어디 있었나’고 비꼬았다. 민주당 의원 몇 명에게만 전화를 걸어도 통과될 법안이었는데 오바마가 하지 않아 비판한 것이다. 오바마는 대중을 끌어모아 마음을 뜨겁게 하는 소통은 잘한다. 그러나 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에게 전화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의원들에게 자주 전화하고 매일 만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여야가 주고받으며 법안을 만들어 가는 것을 ‘소시지 메이킹(sausage making)’이라 한다. 우리는 이게 없어 국민이 갈증을 느낀다.
 
 
2013년 백악관에서 공화·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시리아 사태를 설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중앙포토]

2013년 백악관에서 공화·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시리아 사태를 설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중앙포토]

▶이세정=대통령이 지자체와 하는 소통도 미흡하다. 사드 배치 결정도 해당 지자체장이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매달 광역자치단체장들과 정례회의를 해야 한다. 또 대통령의 비리 의혹은 독립된 감찰기구가 파헤치게 해야 한다.
 
▶양현준(26)=박근혜 전 대통령 혼자 얘기하는 것으로 그친 신년 기자간담회에 충격 받았다.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는 게 소통의 시작이다.
 
▶김홍석(41·회사원)=우리 헌법 구조에선 대통령이 소통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의회가 입법권을 독점하니 대통령이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입법권과 거부권을 다 갖고 있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사권도 엄청나 청와대 입김이 안 닿는 곳이 없다. 이런 권한들을 제한해야 한다.
 
▶장훈=두 번째로 꼽힌 새 대통령의 조건은 책임지는 대통령이다. 무슨 의미일까.
 
▶김홍석=촛불집회로 인해 시민들이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새 대통령도 공약을 어기거나 거짓말하면 바로 탄핵당할 것이다. 확실한 것만 공약하고 집권 뒤 실천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인사청문회 확대도 필수다.
 
▶이세정=맞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지 않으면 국민이 언제든 탄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지는 대통령 필요
 
 
▶박기남(59)=새 대통령이 뭐든 할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일자리도 대통령이 만드는 게 아닌데 후보들마다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이러면 누가 대통령이 돼도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
 
▶한고운(20·대학생)=‘과거를 잊지 않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대통령이다. 대선 때 발언·공약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회성 멘트조차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양현준=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도 중요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이세정=대통령은 자신의 인사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구설에 올랐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이유였는데 변명에 불과하다.
 
▶박예린(20·대학생)=국민은 대통령을 리더라고 믿는다. 대통령은 그런 국민의 신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은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이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국민이 원하는 책임은 자신들의 대표로 뽑힌 리더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다. 기업도 사원이 문제를 일으키면 사장이 책임을 진다.
 
▶김창환(50·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맞다. 대통령의 책임은 정치적 책임이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왜 그런 비극을 당했는지 시스템적으로 해명하려 노력했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 당시 책임자 처벌에만 집중했다. 대통령이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 만큼 시스템이 바뀌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장훈=소통하고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려면 청와대 개혁이 필수다. ‘작은 청와대’를 만들 방안은.
 
▶김홍석=청와대가 경호실만 480명이다. 여성가족부(246명)와 통일부(225명)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비서·안보실까지 합치면 1000명에 육박한다. 너무 비대하다. 청와대 조직을 법률로 제한해 무분별한 인력 증원과 사조직화, 직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 예산도 국회에서 규제해야 한다. 비서실도 10명인 수석을 6명으로 줄여야 한다. 민정·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 수석은 정책조정수석 산하로 가도 충분하다.
 
국민과 SNS 직접 소통은 바람직하지 않아
 
▶조윤진(24·대학생)=리셋 코리아의 ‘작은 청와대’ 제안에 아쉬운 점은 제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정말 리셋이 필요한 건 ‘사람’이다. 청와대의 국민신문고도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민원이 올라오면 답변만 다는 하향식 시스템이었다. 어떤 민원은 답변이 달리기까지 500일 넘게 걸렸다. 제도 신설에 앞서 관리자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박기남=대통령이 SNS로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참모들과 숙의하지 않은 내용이 걸러지지 않고 나갈 수 있어서다. 대신 기자회견을 정례화하고 의원들과 자주 토론해야 한다.
 
▶윤석만 변호사=박근혜 정부에서 특별감찰관 제도가 도입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감찰 대상이 대폭 축소돼 국정 농단을 막지 못했다. 제도보다는 제도를 올바로 운용하려는 권력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희관(65·기업인)=모든 것은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의 책임도 크다.
 
▶김동윤(66)=미국도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많지만 공사를 구분하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문화가 있어 폐해가 적었다. 우리도 의식 변화가 병행되고 의원들의 자질이 향상돼야 한다. 그랬다면 국정 농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이세정=국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따뜻한 대통령, 그리고 용기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국립의료원을 찾았지만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방역복을 입고 직접 환자를 만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토론회 참석자
◆시민 패널=김동윤(66), 김홍석(41·회사원), 김창환(50·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선임연구원), 박기남(59), 박예린(20·대학생), 양현준(26), 이세정(59·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경영기획실장), 이희관(65·기업인), 조윤진(24·대학생), 한고운(20·대학생)
 
◆정치분과 위원=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분과장), 구본상 연세대 통일연구원,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석만 변호사,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성학 서울시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찬호 논설위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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