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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해결하자는데"...경희대 계단에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논란

중앙일보 2017.04.19 01:09
성차별 해소를 촉구하는 구호가 붙은 경희대 한 건물의 계단.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성차별 해소를 촉구하는 구호가 붙은 경희대 한 건물의 계단.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성차별 해소를 촉구하는 '계단 구호'에 때아닌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논란이 빚어졌다.
 
익명으로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경희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18일 '청운관 사진을 찍은 것'이라며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사진은 경희대학교의 한 건물 계단을 찍은 것으로, 계단에는 층마다 '성별임금격차 100:64, 여성은 3시부터 무급이라던데 실화냐?', '덮어놓고 낳으면 너네가 책임지냐', '여성≠엄마, 애는 내가 알아서 낳을게' 등 구호가 붙어 있다.
 
글을 처음으로 올린 익명의 게시자는 "제 눈을 의심하고 후다닥 올라갔다"라며 "페미니즘 저는 좋다. 그런데 저건, 가만히 얌전히 학교 다니는 남학생들, 수업 들으러 항상 오르는 그 계단 칸 칸마다 저게 뭐하는 건가. 싸우자 남자들아! 이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어서 익명의 게시자는 "저건 성별을 떠나서, 어조부터가 시비를 거는 것밖에 안 된다"라며 "같은 말을 해도 예쁘게 할 수 있는 건데, 왜 저렇게 학생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경희대 남학생들이 뭘 그렇게 잘못한 건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글쓴이는 또 "도저히 정상인이 쓴 문구들이 아니라고 느낀다"라며 "카톡에서 친구들끼리도 저런 식으로 왜곡해서 말하진 않는다. 모든 교직원, 학생,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계단을 저렇게 만들어버린 학교 측도 너무 창피하고 싫다. 건전한 페미니스트들이 내뿜는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저건 그냥 객기일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이에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한 사용자는 해당 게시물의 댓글을 통해 "문구 중에 어떤 부분이 부당하고 정상이 아닌지 이 제보한 학생분 진짜 궁금하다"라며 "어떤 부분이 정상이 아닌 건가? 저 문구 중에 틀린말이 하나 없는 것 같은데?"라고 반박했다.
 
계단에 붙은 문구가 불편함을 느끼고 '예쁘게 말을 하라'는 글쓴이가 이른바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구호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남성들을 비꼬는 말이다.
 
이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들도 댓들을 통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다른 사용자는 "혹자는 이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변화하길 바란다는데, 이런 글들은 불편함이 아닌 불쾌함"이라며 "상대에게 시비 거는 것과 상대를 설득하려는 게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정작 설득하려는 마음은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문구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또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는 댓글에서 "성별 임금 격차를 만들고 낙태를 거부하는 국가정책과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얼마나 상냥하면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어떻게 여성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게 감동적이라서 여성이 좀 더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는걸까?"라고 쓰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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