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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붙인 ‘파스’의 힘 … 빅리그 스타 된 테임즈

중앙일보 2017.04.19 01: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에릭 테임즈는 미국으로 복귀한 뒤에도 한글로 ‘테임즈’라고 쓰인 팔꿈치 보호대를 사용한다. 지난 14일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전에서 타격하고 있는 테임즈. 그는 이날부터 5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다. [신시내티 AP=뉴시스]

에릭 테임즈는 미국으로 복귀한 뒤에도 한글로 ‘테임즈’라고 쓰인 팔꿈치 보호대를 사용한다. 지난 14일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전에서 타격하고 있는 테임즈. 그는 이날부터 5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고 있다. [신시내티 AP=뉴시스]

2014년 4월, 프로야구를 중계하던 해설진은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31·미국)를 보고 “체격과 스윙을 보면 홈런을 많이 때릴 타자는 아니다. 라인드라이브를 때리는 중거리 타자”라고 평가했다. 체격(1m83㎝·95㎏)이 크지 않은 테임즈는 양 팔꿈치를 어깨 너비 정도로 좁히고 있었다. 파워보단 정확성에 비중을 둔 준비 자세였다. 테임즈는 한국에서 첫 시즌을 맞은 그 해 타율 0.343(8위), 홈런 37개(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경문 NC 감독은 “테임즈가 홈런타자는 아니다. 크지 않은 마산 홈구장을 잘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력 키워 역수출 된 ‘마산 로보캅’
MLB 복귀 뒤 5경기 연속포 맹타
NC 오기 전 체격·스윙 작은 유형
주전으로 뛰며 ‘거포’로 재탄생

한국에서 3년을 보내는 동안 테임즈의 몸은 점점 커졌다. 스윙도, 파워도 함께 커졌다. 2015년 타율 0.381(1위), 홈런 47개(3위)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타율 0.321(20위)에 홈런 40개(1위)를 터뜨렸다.
 
지난 겨울 테임즈는 3년 총액 1600만 달러(약 182억원)에 메이저리그 밀워키와 계약했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받았던 연봉(2012년 48만5000달러)의 10배를 넘는 돈이다. ‘미국산 원자재’로 한국에 들어왔던 테임즈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역수출’ 된 것이다.
2012년 토론토 시절 모습인데 지금보다 스윙이 작고 체격도 크지 않다. [신시내티 AP=뉴시스]

2012년 토론토 시절 모습인데 지금보다 스윙이 작고 체격도 크지 않다. [신시내티 AP=뉴시스]

 
테임즈는 18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번타자·1루수로 나서 홈런 포함, 3안타를 몰아치며 밀워키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5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린 그는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7개)를 달리고 있다. 타율 3위(0.405)이며, 타자의 종합능력을 평가하는 OPS(출루율+장타율)는 전체 1위(1.479)다. 미국 CBS스포츠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화제는 테임즈다. 그는 밀워키의 최고 횡재’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오기 전 테임즈는 그저 그런 유망주였다. 2011년 토론토에서 데뷔한 그는 95경기에 나와 타율 0.262, 홈런 12개를 기록했다. 외야 수비가 뛰어나거나 타격이 강력한 것도 아니었다. 2012년 성적(타율 0.232, 9홈런)은 더 떨어졌다. 좌타자인 그는 좌투수 공략(2012년 좌투수 상대타율 0.125)에 애를 먹었다. 2013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그는 NC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였다.
 
NC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꾼 테임즈는 “미국에서는 선발출장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을 때 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였던 그는 체력훈련을 통해 작은 근육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로보캅’ 체형을 만들었다. 체지방률이 보디빌더 수준인 3%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유연성 훈련을 병행하면서 빠르고 강한 근육을 유지했다. 박승호 전 NC 타격코치는 “테임즈처럼 재능 있는 선수를 본 적이 없고, 또 그처럼 노력하는 선수를 가르쳐 본 적도 없다”고 했다.
 
테임즈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한국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선구안을 키웠고, 참을성도 길렀다. 2014년 58개였던 볼넷이 2015년 103개로 늘어났다.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는 단점을 보완하자 좌투수와의 승부도 수월해졌다. 테임즈에게 한국 프로야구는 ‘하위 리그’가 아니라 ‘다른 리그’였다.
 
테임즈는 “2012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나는 (긴장한 나머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올시즌 밀워키에서의 개막전은 그저 한 경기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큰 경기 경험을 많이 한 덕분이다. 난 한국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낸 3년이 테임즈를 다시 태어나게 한 셈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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